(좌승희)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3)
(좌승희)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3)
  • 더 자유일보
  • 승인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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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는 좌승희 박사의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2018년 2월 기파랑 출판)⟫을 연재합니다. 자유일보 애독자들에게 대한민국 경제의 본질적 고질적 병폐인 저성장과 양극화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3>한국의 저성장ㆍ양극화의 원인은 경제평등주의

3. 무제한 통화 양적 완화를 통한 마이너스금리로 대처한다?

이미 지적한 대로 주류 경제학계는 지금의 저성장·양극화 문제에 대한 공급 측면에서의 구조적 원인은 물론 해법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요 측면에서 단기 대처 방안으로서 이미 한계에 도달한 재정지출의 확대와 ‘통화량 무제한 공급과 마이너스금리’라는 전대미문의 통화 양적 완화를 통한 확장적 통화재정정책으로 이 국면을 헤쳐 나가려고 애를 쓰고 있으나, 그 효과에 대해서는 대단히 회의적이다. 지금의 문제는 자본주의 경제의 본질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을 필요로 하는 사안임에도 이 점에 대한 천착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19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등장한 오늘날의 자본주의 경제는 농경사회의 시장경제에 비해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바로 농경사회의 대장간 기업에서 창발한 주식회사 기업제도이다. 공개되든 안 되든 여러 주주가 모여 자본을 (이론적으로는) 무한대로 확대하여 사실상 무한대의 위험부담을 지는 현대식 기업제도는 농경사회 마차경제를 오늘날 비행기, 우주선 경제로 창발시켰다. 이 기업제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발전된 제도가 바로 현대식 주식시장과 은행 제도이다. 특히 은행으로 대표되는 신용 창출과 중개 제도는 저축의 주체로서 흑자 부문인 가계로부터 투자 주체로서 적자 부문인 기업으로 자금을 중개하는 장치로, 기업이 자기자본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큰 위험을 부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의 창발을 이끌었다. 자본주의 경제의 작동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바로 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세계경제는 수요 중심 거시경제학의 영향으로 소비 주도 경제를 지향해 왔으며 이제 독특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흑자 주체이어야 할 가계는 모두 적자에 직면하고, 적자 부문이어야 할 기업은 흑자 부문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선진국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유사한 상황에 봉착하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 창발 시스템의 근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없으니 가계소득이 증가할 수 없고, 따라서 중산층이 붕괴 내지는 축소되면서 총수요가 정체되니 역으로 기업의 투자가 정체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국 경제적 평등이라는 이념 하에 기업의 투자활동에 역행하는 정책과 소득이 못 따라가는 소비를 조장해 온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후술하는 바와 같이 평등한 경제는 성장과 발전의 안티테제다. 경제적 평등이 보장되는 순간 시장의 인센티브 장치는 멈추고 경제의 하향평준화는 불가피해지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저성장·양극화와 나아가 디플레 압력의 근본 원인인 것이다. 지난 60여 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 세계의 경제정책이 ‘기업 친화적이 아니라 개인 소비 친화적’이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기업이 자본주의 불평등의 원천이라는 사회주의 이념은 물론 민주주의 평등의 이념과 재분배 복지사회 이념이 결합되면서 반(反) 기업 정서와 기업에 대한 각종의 규제와 세금부담이 높게 유지된 반면, 개인복지는 소득 이상으로 유지되는 인위적 차별 시스템이 보편화된 것이다.

여기에 양적 완화를 지속하여 마이너스금리가 보다 보편화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우선 은행의 신용 창출과 자금중개 기능이 축소되면서 현금경제로 퇴행하게 되면 전체 경제의 총통화 규모가 급격히 감소하고, 현금 퇴장으로 통화의 유통 속도마저 크게 하락하면서 유동성이 오히려 감소하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따라서 오히려 기업 투자활동은 물론 소비까지 더 위축시킬 것이며 디플레 압력을 더 심화시킬 것이다. 그동안 이미 마이너스 실질금리 속에서 경험한 유동성 함정과 성장 정체 현상에서 유추한다면, 마이너스금리가 총수요를 진작하고 기업 투자를 일으키기에는 이미 역부족이다. 부채 늪에 빠진 가계가 일자리라는 소득원의 개선도 없는데 금리가 마이너스라고 소비 확대에 나설 리도 만무한 일이다. 또한 금융이자에 의존하는 노년층의 몰락은 뻔한 결과이다.

마이너스금리로 지출을 늘리고 실물투자를 늘리겠다는 생각은 총수요 중심의 짧은 생각이다. 지금의 문제는 실물투자와 총공급과 일자리의 정체 문제이기 때문이다. 해법은 아마도 전 세계가 경제창발의 주체인 기업활동의 자유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예컨대 모든 기업에 세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과 같은 극단적인 조치가 필요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는 결코 인위적인 마이너스금리 정책보다 더 파괴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새정부에 바란다, '일자리창출 및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토론회'(2017년 7월). 연합뉴스
새정부에 바란다, '일자리창출 및 소득재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토론회'(2017년 7월). 연합뉴스

4. 재분배 강화로 자본주의를 개혁하자?

이런 가운데 세계 경제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가장 인기 있는 화두는 바로, 경제적 불평등을 초래하는 자본주의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자본주의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동안 해 온 재분배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해서 경제적으로 좀더 평등한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자본주의 개혁 주장이 난무하고 가장 인기 있는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생각은 크게 마르크스의 자본주의모순론과 맞닿아 있다.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모순이며, 이를 교정하는 것은 당연하고, 따라서 재분배 수정자본주의는 불가피하다, 불평등의 원인이 그러하니 정책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란 재분배정책을 더 강화하고 더 정교하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예컨대 피케티(Piketty 2014)의 80~90퍼센트 부유세 도입을 위한 세계공동전선 주장(0.5~1%의 고소득계층에 80~90%, 5~10%의 소득계층에 50~60%의 한계세율로 과세)이 큰 관심을 끌었다. 조지 스티글리츠(Stiglitz 2012)도 이 문제에 있어 적극적인 자본주의 개혁 주창자이다. 이와 관련해서 국내적으로는 조순(2015)이 자본주의 변천사에 대한 통찰을 기초로 1퍼센트 경제로 치닫는 자본주의 경제의 문제점과 변화와 개혁 필요성을 국내외적인 관점에서 제기하고 있다. 한편 정운찬(2015)에 실린 논문들은 구체적인 국내 동반성장 정책으로 적극적인 재분배, 균형발전과 소위 경제민주화 등을 해법으로 제시한다. 이들 문헌들은 크게 보아 문제의식은 본서와 동일하지만 문제를 보는 시각이나 해법에 대한 접근방법에서는 많이 다르다.

본서는 이상의 주장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자본주의 세계관을 기초로 한다. 자본주의 경제란 사회주의 경제처럼 누가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오랜 세월 인류의 삶의 일부로 체화된 ‘사람 사는 방식’에 불과하다. 바뀌라 해서 바뀌지도 않는 인간 본성의 산물이다. 인간이 불완전한 것처럼 자본주의 경제도 불완전하다. 그러나 후술하는 것처럼 자본주의야말로 인류가 발명한 최고의 동반성장 메커니즘이다. 여기서 자본주의 동반성장 메커니즘과 그 속성을 제대로 이해하여 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도입할 경우는 동반성장을 강화할 수 있지만, 역으로 자연스런 자본주의 동반성장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하여 여기에 무슨 이념이니 사상이니 도덕을 내세워 이에 역행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도입할 경우 오히려 동반성장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 단적인 예가 사회주의 체제였음은 주지하는 바이다. 오늘날의 저성장, 양극화 문제가 바로 그동안 좋은 의도(?)로 자본주의를 더 잘 만들어 보겠다고 들여놓은 정치, 경제, 사회 제도들에 그 원인이 있을 수 있다는 관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오늘날의 문제는 자본주의 동반성장의 주요 메커니즘이라는 낙수(落水) 또는 적하(滴下, trickle-down) 효과가 수명을 다한 증거라고 진단하고 따라서 자본주의를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런 주장들도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는 데는 실패하고 있다. 그동안 낙수효과가 약화됐다면, 우선 왜 자본주의의 본질이 훼손되고 있느냐 하는 근본 질문에서 시작해서, 어떠한 제도적 창치들이 이 기능을 왜곡하는지 찾아 고치는 작업이 필요하지, 손쉽다고 대증적인 재분배·균형발전 정책에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낙수효과의 실종 원인과 회복 방안을 제시한 글로는 좌승희(2012, 2015) 참조]

이런 관점에서 여기서 던져야 할 올바른 질문은, 오늘날의 경제문제들이 자본주의 경제의 본질적 문제인가 아니면 그동안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교정해야 한다고 각종의 이념적, 규범적 경제제도를 양산해 온 수정자본주의나 사회민주주의 등과 같은 경제평등주의 정치경제체제인가 하는 질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60여 년의 경제평등주의 실험 결과가 인류에 던지는 화두는 인위적으로 경제평등을 추구한 경제는 오히려 불평등의 심화에 직면하게 된다는 역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질문과 역설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마르크스의 모순론을 뛰어넘는, 자본주의 경제의 속성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5. 한국의 저성장·양극화 원인: 경제평등주의의 함정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국은 개발연대 이후 지난 30년 동안 균형발전의 이념 하에 각종의 규제와 육성 정책을 시행하였다. 기업생태계의 균형을 추구한다고 대기업에 대해서는 획일적 성장규제 정책을 도입하고 역으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획일적 지원정책을 시행했다. 약자인 노조를 우대한다고 노조를 무소불위의 전투적 조직으로 키웠다. 나아가 수도권 성장규제와 공공기관 지방분산과 행정수도 이전 등 수도권을 규제하고 지방을 획일적으로 우대하는 지역균형 발전정책을 추진하였다. 또한 수월성을 경시하는 과학기술·연구개발 정책과 대학정책, 교육평준화 정책 등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균형발전 이념 하의 평등주의적 경제·사회정책 체제는 이들 모든 분야의 성장과 발전, 창조의 유인을 차단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의 국내투자 기피나 해외 탈출, 중소기업과 지방, 과학계, 학계, 연구계, 학생들의 하향평준화는 불가피한 결과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저성장, 일자리 부족, 저출산 고령화, 가계부채 증가, 중산층의 축소와 분배의 악화는 필연적 결과가 아니겠는가.

지난 30년 민주주의라는 이름 하에 포퓰리즘으로 치달은 오늘날 한국의 민주정치가 바로 이 모든 평등주의적 정책함정의 원인이며 바로 그 결과가 저성장·양극화임을, 이념도 제도도 없는 우리 경제학만 모른 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본서는 이하에서 경제평등주의의 함정이 왜, 어떻게 세계경제는 물론 한국경제의 성장정체와 양극화를 초래하게 되었는지를 논증하게 될 것이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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