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도 ‘공짜 점심’이란 없는 법이다. 문재인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놓고 눈치를 보다가 타이밍을 놓쳐 국가와 기업에 큰 손해를 끼치게 생겼다. 미국이 대(對)러시아 제재 수출통제 조치에서 동맹국들을 면제했는데, 한국만 면제받지 못했다.

미국의 대러 제재에 동참한 유럽연합(EU) 27개국과 일본·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은 미국의 수출 통제를 면제받았다. 반면, 앞으로 한국 기업이 러시아에 수출하려면 미국 상무부의 통제 하에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28일 뒤늦게 "대러 전략물자 수출을 차단한다"며 미국과 수출 통제 면제를 협의했지만, 버스가 떠난 뒤였다.

미국 상무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첫날인 24일 전자·컴퓨터· 통신기기 등의 분야에서 대러 수출 통제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외국 기업이 미국의 통제 대상인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만든 제품에도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적용, 러시아 수출 전 미 상무부에 허가를 받도록 규정했다.

당시 미국에 이어 즉각 대러 수출 통제를 발표한 EU·일본·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는 자국 정부의 수출 허가만 받으면 따로 미국의 허가를 신청하지 않아도 되는 ‘면제’ 조치를 받았다. 하지만 때를 놓친 한국은 FDPR 면제받지 못했다. 정부가 러시아의 눈치를 보다가 미국에 대한 신뢰도 잃어버리고, 실익도 놓친 것이다. 앞으로 삼성·LG·SK 등이 미 상무부의 수출 통제에 해당하는 기술과 소프트웨어로 만든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려면 미국에 직접 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미국의 수출 관리 규정은 꽤 복잡하다. 정부의 무지 때문에 기업들이 또 애를 먹게 됐다. 정부관계자는 "이번 주 미국 정부와 집중 협의한다"고 하지만 ‘면제’ 후순위에라도 들어갈지 알 수 없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때부터 임기 말까지 잘한 것이 하나도 없다. 부동산·청년일자리·원전·외교 안보는 물론 정치·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아마도 1948년 건국 이후 ‘잘한 게 하나도 없는 유일한 정부’로 신기록을 세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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