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5)
(좌승희)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5)
  • 더 자유일보
  • 승인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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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는 좌승희 박사의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2018년 2월 기파랑 출판)⟫을 연재합니다. 자유일보 애독자들에게 대한민국 경제의 본질적 고질적 병폐인 저성장과 양극화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5>시장·정부·기업의 삼위일체 경제발전론: 차별화 기능이 고차원의 경제 창발 가능케

제1장 저성장과 양극화의 원인; 자본주의가 문제인가

제2장 경제발전의 일반이론: 자본주의 경제발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

1. 자본주의 복잡경제의 발전: 신상필벌의 공정한 경제적 차별의 산물

2. 경제발전의 원리: 시장·정부·기업의 삼위일체 경제발전론

시장의 경제적 차별화 기능

‘삼위일체 경제발전론’ 또는 ‘일반이론’은 시장(market)을 ‘성과에 따른 보상의 차별화를 통해 발전의 동기와 유인을 이끌어 내는 경제적 차별화 장치’라고 해석한다. 이러한 시장의 차별화 기능이 고차원으로의 경제 창발을 이끄는 힘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라고 보고 있다.

어떠한 사회든 그 부(wealth)의 창출 노력을 집약하고 극대화하려면 그 전제조건은 바로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적절한 보상체계(incentive system)를 제도화함으로써 일하고자 하는, 즉 성장·발전하고자 하는 동기와 유인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이야말로 모든 구성원들을 더 높은 차원으로 창발하도록 유도하는 장치이다. ‘일반이론’은 이러한 시장의 기능을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 기능이라 부르고 있으며, 바로 이러한 시장의 기능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실은 그동안 시장의 기능이라고 잘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은 손 기능’도, 하이에크의 ‘자생적 질서의 발견 기능’도, 경제학 교과서의 ‘자원배분 기능’도 논리적으로 보면 모두 ‘차별화 기능’을 거치지 않고는 실현될 수 없는 것이다. 시장의 차별화 기능은 주류 경제학이 그리는 단순한 자원배분 기능을 넘는 경제발전 기능이라 할 수 있다.

시장의 차별화 기능을 현실과 연결해서 보면 한층 흥미롭다. 시장에서 우리는 소비자로서 우리 구미에 맞는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기업과 개인들에게만 더 많은 구매력(돈)으로 투표(구입)한다. 은행 등의 금융기관도 잘하는 기업과 개인들에게만 더 많은 돈을, 그것도 더 싸게 빌려주며, 증시의 투자자들도 잘하는 기업의 주식만을 골라서 사며, 훌륭한 인재들은 좋은 기업에만 몰리고, 기업들도 좋은 인재만 골라 쓰고 좋은 기업들끼리만 거래하려 한다. 그래서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는 소위 ‘스스로 돕는 자만을 돕는’ 하느님처럼, 열심히 좋은 성과를 내는 경제주체들만 선택함으로써 우수한 경제주체들에게 경제력을 집중시킴과 동시에, 이들 모두를 우리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하게 유도하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장은 매일매일 하나의 산업정책, 즉 우수한 경제주체를 선택해서 더 지원해 주는 기업 및 산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것과 같다. 성과 있는 기업은 더 지원해 주고 성과 없는 기업은 퇴출시킴으로써 기업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산업발전, 경제발전을 주도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산업정책 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산업정책 논쟁은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개입, 혹은 역할의 필요 유무에만 집중되었으나, 새로운 시각에서 보면 산업정책은 전혀 새로운 혹은 특별한 개념도 아니고 우리 일상에서 우리가 늘 행하는 일인 것이다. 그동안의 산업정책 논쟁은 정부가 어떻게 미래 승자를 미리 알고 사전에 선택, 지원할 것이냐에 집중되었으나, 이는 논쟁의 초점이 잘못된 것이다. 경제적 차별화라는 시장의 본질적 산업 육성, 발전 기능에서 찾을 수 있는 교훈이 있다면 정부의 산업정책도, 알수도 없는 미래 승자를 찾겠다고 나설 것이 아니라 시장처럼 현재 시장에서 드러난 성과에 기초하여 우수한 기업을 차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원칙이라 할 수 있다. 미래는 누구도 알 수 없으며 현재의 성과만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선택 기준이기 때문이다.

한편 시장의 차별화 기능의 관점에서 보면 시장에 참여하는 우리 모두는 바로 경제적 차별과 불평등의 원천임과 동시에, 이를 통해 모두를 일으켜 세우는 동기부여자인 셈이다. 따라서 경제발전 과정에서는 흥하는 이웃에게는 인기가 모이고 경제적 부가 모이기 마련이며, 결과적으로 경제발전은 불균형적 현상일 수밖에 없고, 강한 기업에의 경제력 집중과 개인과 지역 발전의 차등은 발전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따라서 열심히 노력하여 성과를 내는 기업과 개인에게 경제력과 자원의 집중과 집적이 없이 발전은 있을 수 없다.

결론적으로 현실의 시장은 경제적 노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을 차등화함으로써, 즉 흥하고자 노력하여 성과를 내는 이웃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생기는 경제적 불평등을 무기로 모두를 흥하는 이웃이 되고자 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동기부여 장치인 것이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작년 9월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 창원 학술대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이 작년 9월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박정희 탄생 100돌 기념 창원 학술대회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업부국(企業富國) 패러다임: 현대적 기업은 자본주의 경제의 창조자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시장은 항상 불완전했고, 경제발전을 일으키는 힘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농경사회에서 자본주의 사회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시장 교환경제 체제 하에서 살았으나, 지속적인 소득의 성장을 가져온 경제발전 현상은 오직 지난 200여 년의 역사에 불과하였다. 또한 자본주의 경제 하에서도 20세기 이후 200여 개가 넘는 시장경제 제도 하의 국가들이 있으나 오늘날 오직 그 4분의 1 정도의 경제만이 1인당 소득 1만 달러 이상의 부를 누리고 있을 뿐이다. 더구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선·후진국 모두 시장경제 체제를 강화해 왔지만 결과는 저성장과 양극화라는 경제정체 현상에 직면하고 있다. 도대체 경제발전을 일으킨다는 시장의 힘은 어디로 간 것인가?

역사적으로 보면 이런 ‘시장의 실패’ 현상은 농경사회에서는 아주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그런데 19세기부터 시장의 차별화 기능의 실패를 보완하는 현대식 주식회사 기업조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자본주의 산업혁명이 가능했고 고도 산업사회, 지식 기반 사회의 등장도 가능하였다. 또한 19세기 이후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 경험을 살펴보면, 바로 새로운 주식회사 제도를 잘 발전시킨 나라는 국부 창출에 성공하고 더 나아가 세계경제 패권 싸움에서도 성공하였다. 영국의 산업혁명, 미국의 영국 추월, 일본의 탈아입구(脫亞入歐) 선진화, 한국의 한강의 기적, 동아시아와 중국의 도약이 모두 현대식 기업의 성장을 앞세워 발전한 역사이다. 이런 역사적 경험에 비춰서 보면 자본주의 경제발전은 시장보다는 ‘기업부국(企業富國)’ 패러다임이라 하는 것이 더 합리적일 것이다.

더구나 이론적으로도 기업은 시장보다도 더 효율적인 경제발전 장치이다. 시장거래는 거래 당사자 간의 거래조건에 대한 합의 하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거래 대상 재화나 서비스에 대한 양적, 질적 조건과 가격에 대한 합의를 이루기 위한 협상이 수반되어야 한다. 또한 이런 협상 과정은 정보의 불완전성으로 인해 금전적, 시간적, 정신적 형태의 다양한 양(플러스)의 거래비용을 초래하기 때문에 거래가 불가능해지거나 잘못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시장의 경제적 차별화 기능은 완벽할 수 없고 소위 차별화 기능 실패에 직면하게 된다.

그러나 기업은 ‘수직적 명령체계’를 본질로 하는 조직이기 때문에 시장 교환 방식이 아니라 CEO의 명령에 의한 자원 배분 방식에 의존함으로써 거래협상과 그에 수반하는 거래비용도 피할 수 있고, 또한 CEO는 조직 내의 팀 생산방식을 통해 구성원들의 성과를 지근거리에서 감시, 감독할 수 있기 때문에 조직원들에 대한 경제적 차별화를 시장보다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런 점에서 기업은 시장보다 진일보한 자원배분 장치이다.

기업부국. 연합뉴스
기업부국. 연합뉴스

오늘날 성공적인 기업경영의 요체가 바로 기업 내부자원에 대해 얼마나 철저하게 경제적 차별화를 잘하느냐(즉, 얼마나 내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경영학 원리는 이미 상식이 되었다. 물론 기업은 그 나름대로 시장과 달리 조직 운영에 따르는 추가적인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조직비용이 없는 시장보다 항상 효율적이지만은 않다. 따라서 한계분석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시장과 현대식 주식회사 기업이 공존하는 자본주의 경제가 보편화된 것이다.

결국 기업은 시장의 차별화 기능의 취약성을 극복하여 시장이 창출하지 못하는 새로운 부가가치, 즉 부를 창출하기 위해 인간이 발명한 새로운 사회적 기술로서 시장거래가 가능하지 않은 영역에까지 새롭게 시장 네트워크를 확대 발전시킴으로써 경제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

19세기 자본주의 경제의 산물인 현대식 주식회사 기업제도는 자본의 규모와 위험부담 능력 면에서, 마차를 생산하던 농경사회의 대장간 기업에서 기차,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을 만드는 복잡계 조직으로 창발하여 자본주의 경제를 고차원의 창조 시스템으로 전환시켰다. 현대적 기업은 주류 기업이론(Coase 1937)의 주장처럼 시장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감당하지 못하는 위험부담을 통해 시장의 영역을 보다 확대함으로써,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한다.

필자는 자본주의 경제는 소위 ‘보이지 않은 손’이 이끄는 시장경제라기보다, 현대식 주식회사 기업이라는 ‘보이는 손’이 이끄는 기업경제라고 주장한다. 농경사회 시장경제에서 자본주의 기업경제로의 진화는 보통 생각하듯 시장경제 때문이 아니라 농경사회 대장간 기업에서 창발한 주식회사라는 현대식 기업에 의해 주도되었다. 인류는 자가소비보다 더 많은 잉여를 생산하면서 적어도 1만 5천 년 이상을 시장이라는 교환경제 속에서 살아왔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늘날 자본주의 체제 속의 우리 모두는 농토를 떠나 주식회사 기업에 생계를 의탁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선진국이라는 나라는 모두 국민총생산 중 농업의 비중이 대체로 한자릿수 미만인 나라를 의미하게 되었다. 아무리 선진경제라 해도 기업을 제거하면 모두 농경사회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본주의식 기업을 국유화했던 사회주의 체제는 결국 ‘현대식 기업은 없고 대장간 기업밖에 없는 농경사회’로 역주행하면서 몰락하였다.

그러나 현대식 기업조직으로도 발전은 항상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시장이 있고 기업이 있어도 모든 경제가 다 고도 산업사회, 지식 기반 경제로 창발하지 못한다. 왜 그럴까?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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