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로 폭락한 러시아 루블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한 행인이 유로와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환율을 표시하는 전광판 앞을 걸어가고 있다. 서방의 금융 제재 발표 후 러시아가 핵위협 카드를 꺼내면서 러시아 화폐 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했다. /EPA=연합
우크라 사태로 폭락한 러시아 루블화.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한 행인이 유로와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환율을 표시하는 전광판 앞을 걸어가고 있다. 서방의 금융 제재 발표 후 러시아가 핵위협 카드를 꺼내면서 러시아 화폐 가치는 30% 가까이 폭락했다. /EPA=연합

미국과 서방 주요 국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결제망 차단을 선언하자 중국 위안화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전쟁 자금화’ 우려에 섣불리 위안화를 활용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8일(현지시간)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 중국이 러시아와 전략적 파트너 관계에 있으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한 노골적인 지지는 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러시아와의 양자 무역 및 거시경제에 대한 입장을 재조정할 것, 중국 기업들은 세계 경제와 단절된 러시아와의 무역과 투자를 꺼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러시아 경제 제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중국 역시 제재 대상에 포함시킬 방침이라는 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다. "만약 중국이나 기타 국가가 우리 제재에 해당하는 활동에 연루되려 한다면 그들 또한 우리 제재 대상에 오를 것"이라고 미 국무부는 밝혔다. 또한 중국 금융기관이 금융 제재로 인한 러시아 쪽의 곤란을 해결해주거나 중국 기술기업이 대러 수출에서 제재 내용을 준수하는지 미 행정부의 감시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미·서방 제재로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30%가량 폭락하며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우려한 러시아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9.5%에서 20%로 갑작스럽게 올렸다. 이미 뱅크런 사태를 맞은 모스크바는 좋든 싫든 위안화에 의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인민은행이 개발 중인 디지털 위안화는 스위프트를 통하지 않아도 되기에 ‘우회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

러시아 은행의 최근 수치에 따르면, 2021년 6월 기준 러시아 외환 보유고의 약 13%(추정 770억 달러)가 중국에 있다. 러시아는 위기에 처한 루블화를 위해 이를 매각하려 할지 모른다.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긴급회의를 열어 "위법한 미국의 제재에 처인 러시아를 경제·무역 분야에서 도우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자금을 인출하게 되면 중국 또한 유동성 부족에 직면할 수 있다고 폴리티코는 예상했다. 또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 자금을 대고 있다는 국제적 비난여론도 경계해야만 한다.

러시아와 중국 모두 서로의 통화 유용성을 충분히 못 믿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양국은 최근 천연가스 거래에 자국 화폐 대신 유로화로 결제했다. "현재 러시아에서 위안화 아닌 루블·달러·유로화로 인출하려고 줄을 서 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글로벌 은행업계 로비단체 국제금융협회(IFF)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절반이 제재를 가한 국가들에 묶여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러시아가 달러로 발행한 채권에 대한 디폴트(채무상환불이행)를 선언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민들이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각지에서는 루블화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달러화 인출이 잇따랐다. /로이터=연합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주민들이 현금자동인출기(ATM) 앞에 장사진을 치고 있다. 이날 러시아 각지에서는 루블화가 붕괴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달러화 인출이 잇따랐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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