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5일 도쿄 총리관저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3일 러시아 국채 등의 일본 내 발행·유통을 금지하는 등의 첫 제재를 공개한 데 이어 25일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수출규제 등 두 번째 제재를 내놨다. /AP=연합
기시다 일본 총리가 지난달 25일 도쿄 총리관저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3일 러시아 국채 등의 일본 내 발행·유통을 금지하는 등의 첫 제재를 공개한 데 이어 25일에는 반도체를 포함한 수출규제 등 두 번째 제재를 내놨다. /AP=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핵 위협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유일한 전쟁 피폭국 일본으로서, 또 피폭지 히로시마(廣島) 출신 총리로서 핵 위협도 사용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지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1일 새벽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안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과 유럽연합(EU)·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폴란드·루마니아 수뇌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전화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이같이 밝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유럽의 안전보장을 넘어 국제질서 전체를 흔드는 것",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시도하는 것의 대가를 명확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기시다 총리의 발언이다. 푸틴 대통령은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 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합참의장 격)에게 지시했다"고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밝혔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이어지자 반격으로 마지노선인 ‘핵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지난 27일 후지TV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일부가 채택한 ‘핵 공유’ 정책을 일본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기시다 총리는 "비핵 3원칙을 견지하는 우리나라(일본) 입장에서 생각할 때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핵무기를 제조하지 않고 보유하지 않고 반입하지 않는다는 게 비핵 3원칙이다.

한편,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 도요타자동차는 이날 일본 내 모든 자사 공장(14곳) 가동을 전면 폐쇄했다. 주요한 인테리어·외장 부품 조달처 중 하나인 ‘고지마프레스공업’이 사이버 공격을 받아 부품 수급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루 일본 내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자동차 생산 대수 영향이 1만3000 대로, 일본 자동차 월 생산량의 5%에 달하는 숫자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달 28일 밤 관저에서 사이버 공격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철저히 확인한 뒤에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공격 배후에 대한 정보 공개가 없었지만 러시아를 대상에 포함시켜 일본 당국이 조사를 벌이는 중으로 알려졌다.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 적극 보조를 맞추고 있는 셈이다. 기시다 총리는 1일 푸틴 대통령 등 6명의 자산 동결과 러시아 중앙은행 등 3개 은행 거래제한 등 추가제재를 밝혔다. 더불어 러시아 우방국 벨라루스에 대해서도 조치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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