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엿새째인 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민간인 지역에까지 포격을 가했다고 미 NBC방송 등 외신들은 보도했다. NBC방송에 따르면 러시아 침공 닷새째인 지난 28일 우크라이나의 제2 도시 하리코프 민간인 거주 지역에 수십 발의 포격이 있었다. 영국 매체 이코노미스트도 하리코프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로켓 공격이 이뤄졌다며 "새로운 국면"이라고 평했다. 미 정보당국과 국방부 관리들은 하리코프에서 멀지 않은 "키예프의 초토화"도 우려하고 있다는 게 CNN 보도다.

러시아군 약 4분의 1이 아직 투입되지 않았다. 벨라루스로부터 출발한 러시아군은 벨라루스로부터 키예프 도심에서 약 64㎞ 떨어진 안토노프 공군기지에서부터 우크라이나 프리비르스크 북쪽까지 포진했다. 미 국방부는 러시아 병력이 전날 대비 5㎞가량 진군, 키예프로부터 약 25㎞ 거리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국제법 위반인 ‘진공폭탄’을 사용한다는 우크라이나 주장에 "전쟁범죄"란 지적도 나온다. 공기 중 산소를 이용해 고온의 폭발을 유도하는 진공폭탄은 핵폭탄 다음으로 큰 위력을 갖추고 있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러시아의 전쟁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무차별 공격으로 민간인이 사망하거나 다치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지난달 28일 약 5시간 동안 진행된 협상 중에도 교전은 계속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중립국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크림반도와 돈바스 지역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러시아군의 즉각 철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은 며칠 내 2차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유럽연합(EU) 가입을 즉시 승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불가리아·체코·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폴란드·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 등 유럽 8개 EU 회원국이 이날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는 자격이 있다"며 지지했다.

결사항전하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이 고전하는 모습이다. 앞서 27일 푸틴 대통령은 서방 제재에 맞대응으로 마지노선인 ‘핵 위협’ 카드를 꺼내들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미사일(SLBM)·전략폭격기 등 러시아의 핵전력이 동시에 ‘특별 전투 준비태세’로 전환됐다. EU는 벨라루스가 러시아 핵무기 장소를 제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에서 핵전쟁 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분명히 ‘아니’라는 답을 했고, 영국 정부 또한 러시아의 핵 태세에 큰 변동은 없다고 강조했다. ‘핵 카드’를 꺼낸 푸틴 대통령 ‘정신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한다.

호주는 우크라이나 군사 원조를 위해 7000만 달러(약 843억원) 상당의 무기 지원에 나섰다. 스위스도 자국내 반전(反戰) 여론에 따라 중립을 포기하고 자산 동결 등 EU와 동일한 제재를 러시아에 부과하기로 했다. 2차 대전 전범국으로 군사력 재건 및 확장에 대한 저항이 상당한 독일 역시 무기를 지원키로 했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1.3% 수준인 국방비를 2%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독일의 군비 증강에 불을 붙인 셈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우리의 전환점이 됐다. 저항하는 우크라이나를 마땅히 최대한 지원해야 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의 설명이다.

한편 우크라이나 내 중국인들은 이날 육로 철수를 시작했다. 당초 전세기로 철수할 계획이었으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러시아 편을 드는 중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져 현지 중국인에 대한 공격도 늘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반전 시위에 나선 자국민 6000여명을 체포했다.

핵가방 들고 걸어가는 바이든 보좌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주말을 보낸 뒤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 보좌관이 대통령 전용헬기에서 내린 뒤 핵무기 공격을 명령할 때 쓰는 핵가방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AP=연합
핵가방 들고 걸어가는 바이든 보좌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에서 주말을 보낸 뒤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한 보좌관이 대통령 전용헬기에서 내린 뒤 핵무기 공격을 명령할 때 쓰는 핵가방을 들고 걸어가고 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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