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속도를 내면서 양사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합병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3사 통합이 현실화되면 아시아 2위, 동북아시아 1위의 LCC가 탄생하게 된다. 사진은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LCC 체크인 카운터 모습. /연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속도를 내면서 양사 계열 저비용항공사(LCC)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의 합병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3사 통합이 현실화되면 아시아 2위, 동북아시아 1위의 LCC가 탄생하게 된다. 사진은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의 LCC 체크인 카운터 모습. /연합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문턱을 넘어 속도를 내면서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통합 시너지 극대화를 위해 양사가 보유한 LCC 3사의 합병이 예견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자이언트 LCC의 탄생은 업계 전체에 대대적 인수합병(M&A) 바람을 일으킬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2일 대한항공 창립 53주년 기념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에 대한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수용한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날 조 회장은 "국내 최초로 이뤄진 대형항공사(FSC)간 기업결합 심사라서 예상보다 시일이 더 소요됐다"며 "이제 결과를 수용하고 해외 경쟁 당국의 심사에 최선을 다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양사의 통합 작업은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6개국의 심사를 남겨놓고 있다. 승인이 완료되면 2019년 실적 기준 세계 7위의 메가 캐리어(초대형 항공사)가 출범하게 된다. 이는 특히 자이언트 LCC의 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공정위가 승인 조건으로 내세운 운수권(정부가 항공사에 배분한 운항 권리)과 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 가능 횟수) 반납을 수용하면서 통합 시너지를 높이려면 LCC 합병만한 묘수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실제 대한항공은 국내 LCC 업계 4위인 진에어, 아시아나항공은 6위와 8위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항공기 보유 대수는 각각 24대, 26대, 6대다. 3사가 하나로 합쳐지면 현 1위 제주항공(40대)의 수송 능력을 단번에 제치는 것은 물론 동북아시아 최대 LCC로 거듭난다.

아시아 전체로도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101대)에 이어 2위에 올라설 수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사업전략과 경쟁력 면에서 막대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LCC 3사의 합병 역시 경쟁당국 승인이 전제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LCC가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있다는 점에서 실현성이 큰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자이언트 LCC의 출현은 인구 수 대비 과도한 수준인 LCC 업계의 구조조정 촉매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현재 우리나라 국적의 LCC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계열 3사에 더해 제주항공, 티웨이항공, 이스타항공, 플라이강원, 에어프레미아, 에어로케이 등 9개에 이른다. 인구 573만명당 1개꼴이다.

지난 2019년 기준 미국·중국·일본의 LCC가 각각 9개(3720만명당 1개), 6개(2억4100만명당 1개), 8개(1570만명당 1개)에 불과함을 감안할 때 난립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비단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어도 출혈경쟁과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구조인 셈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최소한의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적정 LCC 수는 3~4개 정도라는 것이 일반적 시각"이라며 "압도적 역량의 자이언트 LCC가 나올 경우 여타 LCC들도 생존을 위해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수합병에 가장 적극성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제주항공이다. 이미 제주항공은 지난 2020년 초 이스타항공 인수에 나서 공정위 승인까지 얻어냈던 전력이 있다. 코로나19라는 돌발변수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끝내 인수를 포기해야 했지만, 업계 1위 수성 의지가 강해 언제든 인수합병에 다시 나설 수 있는 LCC로 꼽힌다.

나머지 LCC도 각자의 상황에 맞춰 자이언트 LCC 탄생에 대비한 생존전략을 실행하고 있다. 국제선 투입을 염두에 두고 중대형기 ‘에어버스 A330-300’을 신규 도입한 티웨이항공, 연내 미주와 유럽 취항이 가능한 ‘보잉 787-9 드림라이너’를 4대 확보키로 한 에어프레미아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유상증자를 통해 경영 안정성을 제고하려는 노력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항공협회 관계자는 "중대형기 중심의 기재 확충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반납할 운수권·슬롯을 따내 자체 경쟁력을 높이는데 방점이 찍혀있지만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인수합병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인천공항 셀프체크인 화면. /연합
인천공항 셀프체크인 화면. /연합
서울 김포공항 도착장 안내판. /연합
서울 김포공항 도착장 안내판. /연합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