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미술 이끌어온 1세대...최근까지 왕성한 활동

‘최고령 현역 화가’로 불리는 김병기(106세) 화백은 살아생전 가장 최근에도 자신의 생일 잔칫상 대신 개인전을 펼쳐 보이곤 했다. /연합

‘최고령 현역 화가’로 불리던 김병기(106세) 화백이 1일 오후 별세했다. 1916년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 추상미술 1세대로 한국 현대미술사의 산증인이다. 1948년 월남, 이중섭과 평양 종로보통학교 동창으로도 유명했다. 100세가 넘어서도 작품활동을 꾸준히 해온 고인은 김환기·유영국 등과 함께 우리나라 현대 추상미술을 이끌었다.

한국 근현대미술사 흐름 그 자체에 고인의 삶이 녹아 있다. 미술계의 큰 어른이자, 미술을 넘어 근현대사의 중요한 일부다. 일본에서 서양화를 배운 선친(김찬영)의 뒤를 이어 1933년 일본 가와바타 미술학교(川端畵學校)에 입학한다. 1909년 설립돼 태평양전쟁 중 폐교하기까지 근대 동북아의 미술인을 다수 배출한 사립학교다. 1934년엔 도쿄 아방가르드양화연구소에 들어가 추상미술과 초현실주의 미술을 접했다.

월남 전 북조선문화예술총동맹 산하 미술동맹 서기장을, 월남 후 한국문화연구소 선전국장과 종군화가단 부단장 등을 지냈다. 서울대 강사, 서울예고 설립 초기 미술과장으로 일했으며 서울대 미대 교수와 한국미술협회 이사장 등을 맡아왔다.

고인은 가장 오래 현역으로 활약한 한국의 미술인일 것이다. 100세가 목전이던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김병기:감각의 분할’전, 2019년 가나아트센터에서 또 개인전을 열었다. 105세를 맞은 작년 대한민국예술원 미술전에 신작을 발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같은 해 은관 문화훈장 수상). 2017년 101세 때 국내 최고 권위인 대한민국예술원 최고령 회원으로 선출됐다. 

최고령 현역 화가 김병기가 2019년 서울 가나아트센터에서 선보인 신작. /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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