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시설·병원 등 무차별 공격...젤렌스키 "아무도 용서 안할 것"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리코프의 거리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채 파손된 차량 등 각종 잔해로 가득하다. 침공 엿새째인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리코프와 수도 키예프, 남부 헤르손 등을 중심으로 무차별 포격과 폭격에 나서면서 민간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EPA=연합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 하리코프의 거리가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초토화된 채 파손된 차량 등 각종 잔해로 가득하다. 침공 엿새째인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하리코프와 수도 키예프, 남부 헤르손 등을 중심으로 무차별 포격과 폭격에 나서면서 민간인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EPA=연합

러시아군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의 방송 시설과 제2도시 하리코프의 주거지역 등을 공격해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협상 테이블에 앉으려면 먼저 완전한 휴전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러시아 공수부대는 이날 하리코프에 진입했다. 우크라이나군의 텔레그램에 따르면 러시아 공수부대가 하르키우에 상륙했으며 지역 병원을 공격했다.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인들과의 교전은 계속되고 있다.

"아무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잊지 않을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렇게 분노를 표했고, 우크라이나 외무부 역시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를 비난했다. "러시아의 야만적인 범죄는 어디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수도 키예프가 곧 러시아군이 포위한 채 맹공격을 가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 속,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움직임과 도시를 떠나는 발길이 교차하고 있다는 게 영국 이코노미스트 보도다. 현재 러시아의 장갑차·탱크·화포 등은 키예프 도심에서 25㎞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으며, 군사 장비의 대열이 무려 6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러시아가 ‘포위전’을 염두에 두고 전면공세를 준비 중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실제 포위전에 돌입하면 적의 보급로·퇴로를 끊고, 포격·공습·지상군을 통한 방식으로 장기간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미국 국방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군수물자 공급 문제·러시아의 작전 정비 가능성을 거론하며, 러시아군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특히 러시아 일부 부대에서 사기가 떨어진 징후를 지적했다.

"러시아군 전원이 충분히 훈련되고 준비된 것은 아니다. 심지어 전투 작전에 투입된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참전한 병사도 있다"는 설명이다. 러시아군 전사자·부상자 수가 늘어날수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입을 정치적 타격 또한 커질 수밖에 없다.

접경지역에 배치됐던 러시아군 15만명 병력 중 80%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했지만, 진격이 예상보다 매우 느리며 공중 통제권도 확보되지 못한 상태라고 전해진다. 러시아는 지금까지 400발 이상의 미사일을 쏜 것으로 집계됐다. 시민 약 66만명이 우크라이나를 탈출했다고 AP가 전했다.

러시아 정부로선 서방의 제재에 맞서 자국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한 총력전이 불가피하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로 피해가 현실화되자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는 외신들 소식이다. 특히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외국인 투자자의 러시아 내 자산 회수를 제한하는 강수를 뒀다.

푸틴 대통령이 대통령령으로 2일부터 1만달러(약 1200만원)이상 외화의 국외 반출을 금지하는가 하면, 러시아 중앙은행 또한 290억달러(약 35조원) 규모 루블화 채권의 외국인 보유자들에 대한 이자 지급 금지에 나섰다.

한편 이날 EU 회원국 대사들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가능성에 대한 초기 평가를 촉구하는 데 합의했다. 다음주(10∼11일) 프랑스에서 열리는 비공식 회의에 모여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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