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침공 규탄 反戰여론 확산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의료진이 러시아군의 주거지역 폭격으로 부상한 한 남성을 들것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군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무차별 폭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늘고 있다. /마리우폴 AP=연합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남부 마리우폴에서 의료진이 러시아군의 주거지역 폭격으로 부상한 한 남성을 들것에 태워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군이 공세를 강화하면서 무차별 폭격을 가해 민간인 사상자가 크게 늘고 있다. /마리우폴 AP=연합

우크라이나 사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가입을 막는 러시아, 한국의 사드(Thaad)배치를 저지하는 중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과거를 러시아 역사로 편입시키려 했듯 중국은 동북공정을 진행해왔다. 결사항전의 정신도 필수지만, 세계인과 직접 소통·교류하는 온라인 여론형성도 중요해졌다. 대북억지와 동북아 평화를 이뤄야 할 우리나라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시민들이 분명한 저항 의지를 드러내는 가운데, 전 세계 자유시민들의 성원은 높아지고 있다. 시간·공간의 경계를 초월한 세계적 ‘반전(反戰) 여론’이 신속하게 형성·확산되는 중이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같은 21세기 특유의 기술문명에 힘입은 바 크지만, 상황 전환을 만들어내는 결정적 요소는 역시 ‘스스로 돕는’ 우크라이나인들의 자세일 것이다.

미국 땅 유엔본부, 한국 땅 주한미국대사관에서 각각 이런 메시지가 발신됐다. "유엔 초창기에 한국은 유엔이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에 따라 침공 행위에 대응해 지원한 첫번째 나라였다. 우리나라는 유엔이 그 당시 무고한 시민들의 울부짖음에 즉각 일어서 준 덕분에 오늘날까지 존재한다." 조현 주유엔 한국대사가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유엔 긴급특별총회 2일차 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긴급특별총회 소집의 근거 ‘평화를 위한 단결’ 결의가 1950년 한국전쟁을 계기로 마련됐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연대의 뜻을 표명한 것이다.

또 주한 미국대사관은 1일 삼일절을 맞아 SNS에 ‘#FreedomIsNotFree’ 해시태그를 달았다. ‘프리덤 이즈 낫 프리(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란, 미국인에게 6·25전쟁(1950∼1953) 참전용사의 희생을 기리는 문구다. 러시아에 저항하는 우크라이나의 투쟁을 한국의 독립운동, 공산주의의 침략을 막아낸 전쟁에 동시 비유한 것이다.

현재 트위터에서 ‘#FreedomIsNotFree’로 검색하면 러시아를 비난하고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외국인들의 게시물들이 나타난다. 세계인들의 연대가 온라인상에서 실현되고 있다. 한국의 역사체험에 대한 공감, 현 우크라이나의 결사항전에 대한 응원이 물리적 시공간을 넘어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더불어, 보이지 않는 ‘사이버·미디어戰’이 동시 진행 중이다. 응집하는 ‘반전 여론’은 점점 큰 파급력을 갖추게 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실시간 동영상 연설이 심금을 울렸다면, 구시대적으로 녹화 영상을 송출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외면당했다. 러시아군 공격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우크라이나의 각 도시들 모습이 그대로 온라인 생중계된다.

우크라이나는 연일 SNS를 통해 구호·응원 등 연대 호소를 이어가고 있다. 심지어 중국 내부에서조차 청년들을 중심으로 반전 지지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중국 베이징대·칭화대 등 총 12개 대학 출신의 청년 130여 명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비판하는 서한을 공개했다. 웨이보(微博)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하는 영상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개인들뿐 아니라 미국 빅테크들도 러시아와의 사이버전에 힘을 보탰다. 마이크로소프트(MS)·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 등은 러시아 해커들의 공격을 사전 차단하며 미 정보당국과 공조하는 것이다. 트위터·유튜브도 러시아의 ‘가짜뉴스’ 공세를 차단, 애플 역시 반전 대열에 동참했다.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고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과 애플맵도 제한했다. 국제 해킹그룹 ‘어나니머스’또한 러시아를 향해 전면적인 ‘사이버 워’를 선언했다. 실제 러시아 국방부 사이트·가즈프롬 등 국영기업 사이트·무기제조업체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 반전 연대는 각국 입장에 실제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스위스·스웨덴 등 중립국들이 자국민들의 반전여론에 오랜 금기를 깨고 무기지원에 나섰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러시아의 국영 언론 매체들은 잇따라 퇴출됐다.

미국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이 러시아 유전사업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하는 등 기업들도 러시아로부터 발을 빼고 있다. 자동차 회사 포드와 항공기 제조사 보잉의 사업중단, 대(對)러시아 연구비 지원이나 협력관계 중단을 선언한 세계 과학계는 물론, 국제 스포츠계의 징계도 잇따랐다.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사이버 전으로서의 반전 여론’이 더 큰 전쟁을 막고 있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멀웨어 공격에 대한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 보안국(CISA)의 경고. / AP=연합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멀웨어 공격에 대한 미국 사이버보안·인프라 보안국(CISA)의 경고. / AP=연합
러 외무장관 연설에 집단퇴장 하는 유엔 군축회의 참석 외교관들.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화상을 통해 연설을 시작하자 세계 각국의 외교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회의장을 줄지어 빠져나가고 있다. /AP=연합
러 외무장관 연설에 집단퇴장 하는 유엔 군축회의 참석 외교관들. 1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화상을 통해 연설을 시작하자 세계 각국의 외교관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회의장을 줄지어 빠져나가고 있다. /AP=연합
반전 시위 중 끌려가는 러시아 국민들. 1일(현지시간)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 했던 러시아 국민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 /AP=연합
반전 시위 중 끌려가는 러시아 국민들. 1일(현지시간) 자국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가 했던 러시아 국민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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