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규의 미국이야기] ⑨ 우크라이나戰과 바이든·메르켈

왼쪽부터 메르켈 전 독일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
왼쪽부터 메르켈 전 독일 총리,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

우크라이나 전쟁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얼마든지 피할 수도 있었다. 미국과 독일이 아니라면 러시아의 침공은 불가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마르켈 전 독일 총리가 옛 소련을 부활하려는 블라디미르 푸틴을 제대로 도와줬다. 좌파 정책 때문에 에너지가 러시아의 정치무기가 되도록 만들어 주었다. 미국의 보수우파들이 탄식하는 이유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 정치에서 좌우 이념의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푸틴 등 3명을 공동운명체로 만든 것은 ‘기후변화’란 마르크스 이념. 지구 멸망을 가져 올 온난화의 주범인 자본주의를 뒤엎기 위해 세계 좌파들은 집요하게 ‘녹색에너지’ 정책을 추구한다. 화석연료와 핵에너지 대신 천연·재생자원을 사용하자는 그 정책의 바탕이 ‘기후변화’다. 좌파 이념에 의기투합한 3명의 연결 고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수송관인 1,222km의 ‘노드 스트림.’ 러시아에서 성가신 우크라이나를 거치지 않고 발틱 해를 거쳐 독일로 가는 가스관이다.

메르켈은 원전 3개를 폐쇄하고 탄광마저 대부분 폐광했다. 대신 11년 완공된 ‘노드 스트림1’을 통해 러시아의 가스를 수입했다. 18년부터 두 배 용량의 ‘노드 스트림2’를 건설키로 러시아와 합의했다. 그 수송관이 가동되면 독일 에너지의 70%가 러시아 산이 된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 사업을 철저히 규제했다.

바이든은 지난해 취임 첫날 캐나다에서 오는 송유관 ‘키스톤 XL’ 공사와 원유·가스시추를 중단시켰다. 에너지부와 내무부 요직에 ‘기후변화’ 운동가를 앉혔다. 5월 푸틴과 메르켈의 숙원이던 ‘노드 스트림2’ 규제를 풀어버렸다. 푸틴이 독일 등 유럽으로부터 엄청난 돈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 우크라이나 침공의 서막이었다. 공화당 의원들은 "푸틴에게 중요한 정치승리를 주는 조치"라며 "푸틴이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에 대한 공세를 강화할 것"이라 우려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도 "미국·유럽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 지적했다. 이들의 예상은 적중했다.

‘노드 스트림’의 러시아 회사 회장은 사회주의자인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그는 푸틴을 "결점이 없는 민주주의자"로 칭송한 오랜 친구이다. 독일의 사장 역시 푸틴의 친구로 동독 비밀경찰 출신. 옛 소련과 동독의 동맹 같은 사업 관계다. ‘기후변화’의 명분을 내세운 마르크스주의자들의 결합이다.

미국은 1년 전 62년 만에 ‘에너지 독립국’이 되었다. 그러나 바이든 이후 하루에 원유 60만 배럴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한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도 러시아에 현금이 가고 있다. 바이든은 이스라엘의 ‘이스트메드’ 가스관 사업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이 수송관은 이스라엘과 키프러스 해상에서 그리스와 이탈리아 등으로 가는 것. 유럽 전역을 위한 공급선으로 러시아 에너지의 대안이 된다. 중동국가 석유도 러시아 에너지 지배력을 흔들 수 있으나 EU 역시 ‘녹색에너지’를 내세워 그들과 철벽을 쌓았다. 좌파정부의 미국과 유럽은 러시아의 횡포를 막을 방도를 스스로 없앴다. ‘기후변화’가 만든 서구의 불행이다.

지난 20여 년 동안 푸틴은 서방의 병에 가까운 ‘기후변화’ 집착을 노회하게 활용했다. 녹색에너지 정책은 독일 같은 나라들을 에너지 가난뱅이로 만들었다. 에너지 독립국이던 미국마저 힘을 못 쓰도록 만들어 버렸다. 러시아는 그 반사이익을 차고 넘치도록 챙긴다.

푸틴은 에너지로 유럽을 꽁꽁 묶었다. 유럽 가스의 40%를 러시아가 공급한다. 그러나 푸틴 경제는 거의 석유와 천연가스에만 의존한다. 러시아 경제의 80% 이상. 미국의 에너지 생산량이 많을 때는 가격이 낮은 안정세를 유지했었다. 러시아는 큰돈을 벌지 못했다. 군대를 증강할 수 없었다. 바이든이 미국의 석유 등을 포기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가스 가격이 크게 올랐다. 푸틴은 ‘노드 스트림2’가 지난해 11월 완공되자 독일 등으로부터 더 큰 돈줄이 확보되었다는 판단 아래 우크라이나 공격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진작 내다봤다. 그는 18년 7월 벨기에의 나토 정상회담에서 "독일이 러시아와 대규모 석유와 가스 거래를 하는 것은 통탄할 일이다. 독일은 러시아에게 해 마다 수백 억 달러를 주고 있다.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독일은 완전히 러시아의 통제당하고 있다"며 "그것이 적절한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CNN 등 좌파언론들은 우방국을 모독하는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9월 유엔 연설에서도 "당장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독일은 러시아의 에너지 완전 종속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독일 대표단 5명은 연설 내내 희죽 거렸다.

트럼프는 지난 2월 회견에서 메르켈과의 회담을 설명했다: "‘독일은 무조건 러시아 인질이 될 것’이라며 설득했다. 흰 깃발을 주면서 ‘국가안보 관점에서 믿을 수 없다. 가스관 거래가 완결되자마자 당신은 러시아에 항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거래를 밀고 나갔다." 그는 "메르켈이 원전과 탄광을 폐쇄했을 때 놀랐다. 어마어마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독일은 나토와 관계도 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좌파언론과 독일은 무시했지만 트럼프의 경고는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독일은 러시아 인질. 에너지 종속국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한 꼴이다. ‘에너지 독립’을 잃어버린 미국도 마찬가지다. 러시아 규제에 나서나 뒷북일 뿐. 에너지 부분 규제는 하지 않으니 하나마나다. ‘기후변화’로 엮인 좌파들이 세계를 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