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브라모비치, 英제재 위기감에 "첼시 구단 매각 우크라에 기부"
코지레프, 러 외교관들 사임 촉구...구의회, 푸틴에 '反戰'서한 보내

2003년부터 약 20년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FC의 구단주였던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2일(현지시간) 구단의 매각 의사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이번 결정을 두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7년 5월 21일 선덜랜드를 상대로 EPL 우승을 확정지은 첼시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아브라모비치. /AFP=연합
2003년부터 약 20년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FC의 구단주였던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2일(현지시간) 구단의 매각 의사를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그는 이번 결정을 두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7년 5월 21일 선덜랜드를 상대로 EPL 우승을 확정지은 첼시 선수들을 향해 박수를 보내는 아브라모비치. /AFP=연합

러시아 전·현직 정치인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反旗)를 들었다. 측근인 러시아 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55)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 구단을 매각해 우크라이나에 기부하기로 했다. 푸틴의 독재가 공고한 러시아에서 내부 분열이 감지된다. 푸틴 대통령의 당초 구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르는 우크라이나 사태의 현황을 짐작케 해준다.

영국 정치권에서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아브라모비치를 제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2일(현지시각) 아브라모비치는 첼시 공식홈페이지를 통해 "구단을 팔기로 했다"고 말했다.

"순수성을 의심하지 말아 달라. 너무나도 어려운 결정이었다. 나 자신을 구단의 일부로 여겨왔기에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이것이 구단을 위한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아브라모비치의 말이다.

2003년 첼시 구단을 인수한 아브라모비치는 러시아 정부와의 관계와 부패활동 때문에 영국 내무부의 요주의 인물이었다. 포브스 추정 순 자산이 133억달러(약 16조원)에 달한다. 앞서 아브라모비치는 영국 정부의 제재를 피하려 구단에 빌려준 대여금 약 15억파운드(약 2조4000억원)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한편 러시아 초대 외교장관을 지낸 안드레이 코지레프 전 러시아 외교장관(71)이 이날 트위터에서 "친애하는 러시아 외교관 여러분, 당신들은 전문가이지 값싼 선전가가 아니다. 모든 러시아 외교관들이 사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교부에서 일했을 당시 동료들이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에서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 전쟁을 지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 가가린스키 구의회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군을 규탄하고 즉각적인 철군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푸틴 대통령에게 보냈다. 의회는 이번 전쟁이 ‘재앙’이며 "결국 러시아가 퇴락과 빈곤으로 향하는 길, 이보다 더 큰 경제적 피해를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앞서 모스크바 하모프니키 구의회 역시 푸틴 대통령에게 반전(反戰) 서한을 보냈다. 러시아 시민들의 반발 또한 거세지는 중이다. 러시아 인권감시단체 ‘OVD-인포’(Ovd-info)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경찰은 이날 최소 350명의 반전 시위대를 체포했다. 현재까지 러시아 전국에서 최소 7615명이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최대 석유재벌이었던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는 이날 프랑스24TV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벌인 뒤 스스로의 몰락을 앞당겼다"고 지적했다.

"1~2년 정도 걸리겠지만 푸틴 정권은 자기가 초래한 경제붕괴 속에 종말을 맞이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의 정적, 호도르코프스키의 전망이다. 호도르코프스키는 2003년 탈세 등의 혐의로 체포돼 유죄판결을 받은 후 10년간 수감됐었다.

"푸틴 대통령이 ‘역사적인’(historic)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살해당할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편집증적인 노망 징후가 보이지만 임상적 관점에서 봤을 때 미친 것 같진 않다." 호도르코프스키의 신랄한 논평이 이어진다. "20년 넘게 집권하며 충성파 참모진에 둘러싸여 있다 보니 우크라이나에서 꽃다발 환영을 받으리라 생각한 모양이다. 이 정도 저항은 예상치 못한 게 분명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비판하며 현직 외교관들의 사임을 촉구한 안드레이 코지레프 전 러시아 외교장관. /트위터 캡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비판하며 현직 외교관들의 사임을 촉구한 안드레이 코지레프 전 러시아 외교장관. /트위터 캡처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