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정보당국, 대회내용 입수

지난달 4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
지난달 4일 중국 베이징 조어대 국빈관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념촬영하는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

2월 초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계획을 접한 뒤 베이징 동계 올림픽 끝날 때까지만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2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의 정보당국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 사실을 보도했다. 이같은 내용의 기밀 보고서가 서방 정보기관에 수집됐다는 것이다. 양측 고위급 정부 관계자들이 공유하는 문서였다.

지난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직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 중단 등을 요구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된다.

NYT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 사이에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된 대화가 이뤄졌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나, 중국과 러시아의 고위 관계자가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의견을 교환했다는 정보의 신뢰성은 상당한 수준이다.

"중국이 러시아의 침공 계획을 사전에 알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 중국이 지난달 20일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식을 치른 다음날인 21일, 푸틴은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의 독립을 승인했다. 이어 24일 본격적인 우크라이나 침공이 개시된다.

앞서 중국은 외교 노력을 통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자는 미국 정부의 협조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왕이 외교부장 및 친강 주미 대사와 미국 사이에 6차례 대화가 있었다. 미국은 침공 몇 시간 전까지 워싱턴에서 친강 대사와 회의를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기밀 자료까지 제시했지만, 오히려 중국은 이를 러시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중국 최대의 정치행사로 불리는 양회(兩會)가 4일부터 막을 올린다. 올 가을 열리는 제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국가 주석의 3연임이 예고된 만큼, 어떤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된다. 양회는 두 개의 회의라는 의미로, 우리의 국회격인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와 자문기구인 정협(전국인민정치협상)을 통칭한다.

정협 때문에 명목상 중국도 다당제 국가다. 공산당 1당 독재가 몇개의 작은 정당의 협조를 받으며 이뤄지는 셈이다. 양회 동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 어떤 입장 발표가 나올지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중국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즉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의 유엔 결의안에 기권했다. 민간인 피해를 키운 러시아의 침공 방식·국제사회 단합 강화 등이 중국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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