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고궁박물관, 3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 선정

국립고궁박물관이 3월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정한 '난도'를 상설전시실 왕실의례실에서 공개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연합
국립고궁박물관이 3월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정한 '난도'를 상설전시실 왕실의례실에서 공개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연합

조선시대 종묘(宗廟) 제사 때 짐승을 잡는 데 사용하던 칼 ‘난도’가 공개됐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난도’를 3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정해 박물관 지하층 상설전시장 ‘왕실의례실’에서 전시한다고 밝혔다.

3월 2일부터 문화재청·국립고궁박물관 유튜브를 통해서도 소개됐다. ‘난도’란 금속 방울이 달린 칼을 뜻한다. 한자 ‘난’은 실 사(絲)의 자형 한 가운데 마음 심(心), 그 아래 쇠 금(金)자가 놓여 있다. 금속과 직물(織物)을 이용한 장식품에서 유래했던 글자임을 말해준다.

칼 손잡이 부분에 3개의 방울, 칼등과 칼코에 각 1개의 방울이 달려 있었던 특징을 종묘친제규제도설병풍 등 조선시대 회화에서 볼 수 있다.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난도’ 두 점엔 해당 방울이 남아 있지 않지만, 방울이 매달려 있던 구멍은 확인된다. 그중 한 점엔 칼날·손잡이 연결 부위와 손잡이에 은으로 된 무늬가 새겨져 있다.

종묘제사에는 소·돼지·양을 잡아 각 짐승의 털과 피, 간과 창자 사이 기름 등을 제사상에 올리는데, 이 짐승들을 희생(犧牲)이라 한다. ‘~을 위해 희생하다’ ‘~에 희생되다’ 같은 현대어의 어원이다. 왕이 제사를 지낼 때 그 상태를 직접 점검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으며, ‘희생’을 잡을 때 역시 정해진 절차와 형식을 엄격히 따랐다. 이때 사용하던 칼이 바로 ‘난도’였다.

칼에 달린 다섯 개의 방울은 고대로부터 사용하던 다섯 가지 음계(궁·상·각·치·우)를 나타낸다. ‘난도’를 흔들어 방울을 울리게 하는 등 음의 조화를 이룬 뒤에야 고기를 잘랐다고 한다. 잡은 희생의 털과 피를 넓은 쟁반 모양의 제기 모혈반(毛血槃), 간과 창자 기름을 ‘간료등’에 담았다. 이때 간은 울창(튤립을 넣어 만든 자주빛 술)으로 씻는다. 제사상에 올리고 남은 털과 피는 깨끗한 그릇에 담아두었다가 제사가 끝나면 땅에 잘 묻었다.

제사를 지낼 때 배향자에 대한 극진한 예우와 후손의 공경심을 드러내는 도구가 ‘난도’였던 셈이다. 이번 전시는 직접 방문하지 않고도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온라인 등에서 확인 가능하다. 까마득한 옛날 제천행사 때 행해지던 ‘인간 번제’의 흔적이 동물 ‘희생’이다. 문명의 발전과 함께 사라졌다. 농업을 기반한 유교국가 조선왕조가 인류의 유목시대 습관을 재현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매우 진귀한 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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