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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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확인된 팩트는 장자연 씨가 쓴 총 7장입니다. 그 중 4장은...공개가 됐고 3장은 세상에 없습니다. 그 3장에는 좀 더 구체적인 뭔가가 있지 않을까 늘 궁금했는데, 윤지오 씨가 그 3장을 보셨다고요?"

‘김현정의 뉴스쇼’ 진행자 김현정이 윤지오에게 묻는다. 장자연 사건의 증인을 자처한 윤지오는 자신의 수상쩍은 행적이 도마 위에 오르자 캐나다로 부리나케 도망친 인물이다. 경찰은 여러 차례 그녀를 소환했지만, 윤지오는 공황장애 때문에 비행기를 못 탄다며 소환에 불응하고 있다.

한국에 머물던 2019년, 그녀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다. 많은 이들이 그녀의 거짓말에 속아 넘어갔지만, 김현정은 속지 않았다. 윤지오가 소위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면, 공개 안 된 3장을 포함해 총 7장을 봤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따져 물은 것.

하지만 윤지오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4장 정도로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김현정이 재차 묻지만, 윤지오의 대답은 변함이 없었다. 참고로 윤지오가 쓴 ‘13번째 증언’에는 다음과 같이 되어있다. "리스트까지 포함하여 내가 읽은 문건은 모두 7장의 사본이었다." 그러니까 김현정은 윤지오의 거짓말을 세상에 알린 첫 번째 진행자였다.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는 패널로 나온 이의 말을 그냥 들어주는 사람이 아니다. 패널이 하는 말이 이치에 맞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 그의 말이 거짓임을 알게 해주는 것도 진행자의 임무라는 얘기다.

안타깝게도 지금 공중파 프로그램을 장악한 좌파 진행자들은 이런 일에 관심이 없다. 어떻게든 정권에 유리한 방송을 하려다 보니, "25년 전에 쥴리를 봤는데 **씨가 틀림없다"는 헛소리를 듣고도 전혀 제지하지 않는다. 심지어 김어준 같은 이는 자신이 말도 안 되는 음모론을 앞장서서 설파함으로써 방송 진행자의 역할을 희화화해 버린다.

세월호가 운행 중 닻을 내리는 바람에 고의로 침몰당했다는 주장을 김어준 말고 그 어떤 진행자가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진실만을 추구하는 김현정의 존재는 참으로 보석 같다. 그녀의 프로그램이 늘 화제가 되는 것도 옥석을 가려주는 김현정의 능력을 청취자들이 신뢰하기 때문이리라.

얼마 전 정치평론가 유시민이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왔다. 과거 그가 존경받는 논객이었던 이유는 거짓말을 하더라도 그럴듯하게 포장함으로써 듣는 이가 거짓임을 모르게 했기 때문, 하지만 지금의 유시민은 그는 자기 진영을 옹호하기 위해 대놓고 거짓말을 한다. 정경심 전 교수가 동양대 컴퓨터를 몰래 빼돌린 걸 증거보존이라고 한 게 대표적인 예지만, 그 후에도 그는 한동훈 검사장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노무현 재단 계좌를 뒤졌다고 허위주장을 하는 등 잦은 구설수로 예전의 지위를 잃어버린 상태다.

김현정 프로에서도 유시민은 윤석열 후보에 대해 근거 없는 마타도어를 구사한다. "이재명씨는 대화하기 편한 사람이고요... 윤석열 후보는 대화가 잘 안 된다, 기본적으로." 그가 즐겨 나오는 좌파 방송이라면 진행자가 맞장구를 치며 넘어가겠지만, 김현정은 달랐다. "윤석열 후보와 개인적으로 얘기를 해 보고 그러셨던 경험들은 있으시죠?"라고 물어본 것. 당황한 유시민은 이렇게 답한다. "없죠. 저는 일면식도 없죠." 김현정은 다시 묻는다. "그런데도 대화가 안 될 것 같다는?" 유시민은 궁색한 답변을 한다. "남들하고 대화하는 걸 보면 느껴지잖아요, 그 기운이."

대화가 안 될 것 같은 기운을 느꼈다니, 유시민은 무속인인가? 이 짧은 대화를 통해 사람들은 알았을 것이다. 유시민은 나이 60이 넘으면 뇌가 썩는다는 자신의 말을 스스로 증명했다고. 2015년 9월 첫 방송을 시작했으니 ‘김현정의 뉴스쇼’도 이제 8년째에 접어들었다. 이 방송을 앞으로도 쭉 보고 싶다. 믿을 들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어도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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