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이르핀강을 건너 피란하려는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다리 아래 모여 있다. /AP=연합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이르핀강을 건너 피란하려는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다리 아래 모여 있다. /AP=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서방이 시행 중인 강력한 대러 제재들이 "선전포고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영 TV 방송으로 방영된 러시아 항공사 여승무원들과의 면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對)우크라이나 특별군사작전을 통해 현지의 모든 군사인프라와 방공시스템이 파괴됐다. 군사 인프라 파괴 작전이 거의 끝나 간다"는 것이다. 서방은 러시아 주요 은행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고 해외 은행에 예치된 러시아 자산을 동결했다. 또 핵심 부품이나 기술의 이전을 차단하는 수출규제를 추가했으며, 푸틴 대통령 본인과 측근을 직접 겨냥한 제재도 들어가 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우크라이나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행위를 무력분쟁 개입이자 러시아군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는 옛 소련에서 물려받은 핵무기 제조기술이 있다. 서방의 도움으로 생산할 수도 있다"는 게 이유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같은날 이날 온라인 ‘줌’을 통해 300여명에 달하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만났다.

주말임에도 전체 535명 중 상당수가 동참한 것이다. 군용 티셔츠 차림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이 살아있는 마지막 모습을 보는 것일 수 있다"며 미국의 추가지원을 강력 요청했다. 면담 말미에 ‘슬라바 우크라니!’(Slava Ukraini·우크라이나에 영광을)라는 응원의 외침도 나왔다. 미 의회는 우크라이나의 군사·인도적 지원을 위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요청한 100억 달러 예산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공군력 증강을 위해 폴란드와 전투기 제공을 검토 중이지만,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해선 회의적 입장을 표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나토-러시아의 교전으로 번져 세계대전 촉발의 계기가 될수있기 때문이다. 나토 역시 이 요구를 거부한 상태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과 볼노카카 주민들 대피를 위한 ‘인도주의 통로’ 개설 등 지난 3일 휴전을 선포했지만, 키이우·마리우폴·하르키우·수미 등 여러 도시에 폭격을 퍼부었다. 민간인 대피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밤새 심한 폭격이 계속돼 키이우 북서쪽은 거의 완벽하게 파괴됐다.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까지 볼모로 잡은 러시아가 지상군 대부분을 우크라이나전에 투입한 상황에서 "이제 소모전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미국에선 생화학 무기·소형핵 사용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한편, 이란 핵협정 재개를 위한 빈 협상을 앞둔 러시아는 이란과 협력하더라도 제재를 하지 않겠다는 미국의 서면 보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협상이 임박하자 몽니를 부리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우크라와 전쟁 중 여승무원들 만나 기념사진 찍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제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항공학교를 방문해 여승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
우크라와 전쟁 중 여승무원들 만나 기념사진 찍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국제 여성의 날(8일)을 앞두고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국영항공사 아에로플로트 항공학교를 방문해 여승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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