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러에 강경한 사람 없어" 고액기부자 대상 84분간 연설

CPAC(보수정치행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CPAC 집회. /로이터=연합
CPAC(보수정치행동회의)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CPAC 집회. /로이터=연합

"2024년엔 공화당 대통령이 아름다운 백악관을 되찾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재선 승리를 자신했다. 이어 "누가될지 궁금하다"고 덧붙이자 좌중에선 폭소가 터져나왔다. 불확실하나마 본인의 출마로 해석될만한 언행을 보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전날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공화당 고액기부자 회합에서 이같이 말했다. 고액기부자 250명을 대상으로 84분간 진행된 연설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전격 작전을 두고, "똑똑하다" "천재적"이라는 평을 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이날 그는 "나더라 푸틴의 옹호자라 불렀다고들 한다. 나보다 러시아에 대해 더 강경한 사람은 없다"며 그간의 논란을 일축했다.

더불어 결국 ‘침공’을 감행해 민간 거주지역까지 공격 대상으로 삼은 푸틴 대통령에 대해 "부당한 대규모 범죄"라고 비난, 이 사태에 무력한 서방의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을 ‘종이호랑이’에 비유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가 이렇게 혼란스러운 적이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나치게 무능하다. 선거(2020년 미국 대선)가 조작되지 않아 내가 재선에 성공했다면 이런 끔찍한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으리라는 걸 다들 이해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말이다. "미국은 F-22 전투기에 중국 국기를 붙여 러시아를 폭격하라. 그리곤 ‘우리가 한 게 아니다. 중국이 했다’, 그러면 중국과 러시아가 서로 싸우기 시작할 것이다. 우린 뒷짐진 채 구경만 하면 된다." 특유의 농담으로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실제 재임 시절 ‘푸틴과 가깝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야권이 밀어붙힌 ‘러시아 스캔들’로 탄핵당하는 사태를 맞았으나, "중국과 러시아를 같은편 되게 만들 수 없다"는 소신을 피력해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엄청나게 터프하다"고 평했다. 북한의 장성과 관료들이 김 위원장에게 굽신거리는 광경을 묘사하며, 그가 자기나라를 완전히 장악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같은 해 6월 판문점에서 두 차례 더 김 위원장을 만났다. 첫 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물꼬를 텄지만, 베트남 회담이 결렬된 이래 남북미 대화는 교착 상태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북한 측의 격렬한 비난과 욕설은 충격적이었다. ‘한반도 운전자론 ’ ‘중재자’를 자처하던 문 정부가 양측의 의중을 자의적으로 전달한 게 애당초 화근이었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까지 김 위원장과 친서를 주고받는 등 관계를 유지했으나 기본입장이 늘 단호했다."확실한 비핵화 실행을 보이지 않는 한 대화의 진전은 없다."

반면 우리나라 국내 정세는 요동쳤다. 2018년 문 대통령과 김정은과의 세 차례 정상회담이 그해 지방선거의 민주당 압승으로 이어졌고, 대통령 지지율은 80% 이상까지 치솟는다. 2019년 트럼프의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인의 지지도 또한 78%나 됐다.

보수정치행동회의서 연설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보수정치행동회의서 연설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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