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승희)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8)
(좌승희)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8)
  • 더 자유일보
  • 승인 2018.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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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는 좌승희 박사의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2018년 2월 기파랑 출판)⟫을 연재합니다. 자유일보 애독자들에게 대한민국 경제의 본질적 고질적 병폐인 저성장과 양극화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8>미국, 사농공상의 이념적 바탕이 없이 바로 산업혁명 단계로 진입

제1장 저성장과 양극화의 원인; 자본주의가 문제인가

제2장 경제발전의 일반이론: 자본주의 경제발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

1. 자본주의 복잡경제의 발전: 신상필벌의 공정한 경제적 차별의 산물

2. 경제발전의 원리: 시장·정부·기업의 삼위일체 경제발전론

3. 주류 경제학과 마르크스와 ‘일반이론’의 경제세계관

4. 자본주의 경제발전을 위한 이념

상공농사(商工農士)의 실사구시적 이념

소위 사농공상(士農工商)의 계급이념은 오랜 세월의 농경사회 생활 속에서 형성된 인류의 이념이다. 문과(文科)적 지식인을 필두로 부가가치 창출의 주역인 농민이 그 뒤를 잇고, 과학기술자와 상공인은 가장 하층계급으로 여겨졌다. 농경사회는 마차와 여타 농기구를 만들어 내는 풀무기술과 대장간이면 충분한 자급자족 경제에 불과하였기 때문에 그 이상으로 과학기술이나 상업활동이 필요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란 주식회사라는 기업이 새로운 과학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이용하여 경제적으로 고차원의 유용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함으로써 마차경제에서 자동차, 비행기, 심지어 우주선 경제로 창발한 창조경제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 즉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지식 기반 사회로의 발전은 반드시 과학기술의 발전과 기업 활동의 신장을 그 전제로 한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기업인과 기업 활동 그리고 과학기술인이 존경받지 못하는 사농공상의 농경사회는 경제발전 친화적이지 않으며, 역으로 자본주의 경제의 도약은 바로 실사구시적으로 기업인과 과학자, 기술자를 존경하고 제대로 우대하는 사회만이 누릴 수 있는 희귀한 현상이다. 선진국들의 산업혁명기는 물론 후발자들의 도약 과정은 바로 ‘상공농사(商工農士)’나 혹은 직업적으로 평등한 새로운 사회이념의 태동과 전파와 맥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상업인과 기술자들을 우대하거나 적어도 직업의 귀천이 없는 사회이념 속에서라야 자본주의가 꽃필 수 있다.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걸쳐 일어난 문명사의 일대 변화 중 하나는, 아마 미국 경제가 태양이 지지 않는다는 그 막강 영국 경제를 추월한 사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일은 그 전 세기 막강 중국을 영국이라는 섬나라가 추월하여 서양의 세기를 연 사건만큼이나 큰일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영국은 17세기에서 19세기 초에 걸쳐 소위 ‘현대식 유한책임 주식회사’ 제도를 발명하여 산업혁명을 일으키고 세계경제를 제패하였다. 인도와 아프리카 식민을 주도한 동인도회사 또한 국가권력을 부여받은 주식회사였다. 르네상스 이후 과학기술의 혁신과 창의적 아이디어들을 대량생산 방식을 이용하여 값어치 있는 재화와 서비스로 전환시킨 주식회사 기업제도가 영국으로 하여금 산업혁명을 통해 중국을 추월하고 서구의 시대를 열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그런데 영국은 광대한 식민지를 바탕으로 과학기술의 발전과 주식회사 기업의 발명으로 산업혁명을 일으키긴 했지만, 여전히 문화적으로는 사농공상의 농경사회 계급적 이념 속의 귀족사회였다. 주식회사 제도를 발명했으나 상류층의 인재들은 여전히 기업을 일으키고 기업의 일원으로 삶의 성공을 추구하기보다 정치가나 관료, 학자 등 소위 ‘고매한’ 직업에 종사하는 것을 선호하였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진행되면서 영국 등 서구의 소위 기존 질서에서 이탈하여 신대륙으로 이주한 상대적으로 하층 직업 출신의 ‘새로운 아메리카인’들은 모국과는 전혀 다른 개척자적 인생관과 세계관을 창출하였다. 흥미로운 것은 1776년에 독립한 미국이라는 사회는 영국 등 다른 서구 선진국들과는 달리 농경사회의 전통적 계급이념인 ‘사농공상’의 이념적 바탕이 없이 바로 산업혁명 단계로 진입하여 처음부터 다른 문명에 비해 훨씬 더 자본주의적인 이념이라 할 수 있는 ‘상공농사’의 이념에 가깝거나 계급이념이 희석된 보다 평등한 이념적 사회로 출발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한때 남부를 중심으로 노예제도를 바탕으로 짧은 기간 동안 농경사회를 경험하기도 했지만, 시작부터 자본주의 산업사회 이념에 가까운 이념을 바탕으로 출발한 셈이라 할 수 있다.

18세기 런던의 동인도회사 본사
18세기 런던의 동인도회사 본사

그래서 미국은 자본주의적 기업을 일으켜 대기업으로 키워 내고 그 조직의 일원으로서 부를 일구는 것을 가장 중요한 인생의 삶의 가치로 여기는 새로운 이념을 창출하였다.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실사구시적, 기업 친화적인 세계관을 창출하여 영국 모국이 발명한 기업제도를 최상으로 활용하여 짧은 기간에 영국을 추월할 수 있었던 것이다. 영국은 기업가나 기업가적 삶을 인생의 수단으로 간주하였지만 미국 사회는 이를 인생의 목적으로 간주하는 새로운 신대륙 문화를 창출하여 강력한 기업 생태계를 창출함으로써 세계경제를 한 세기 이상이나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류대학을 박차고 나가 창업하는 것을 아무도 폄하하지 않고 졸업생들이 얼마나 많은 창업을 하였는지를 자랑으로 여기는 대학문화가 미국의 강력한 기업 생태계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경제는 경제학이 대책 없이 주장하는 ‘보이지 않은 손’이 아니라 ‘보이는 손’인 기업이 이끄는 경제라고 비유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바로 역동적인 기업과 기업가들이 이끄는 경제이다. 이들이 폄하되는 사회는 어떤 방법으로도 성장과 발전을 이룰수 없다는 것이 역사의 경험이다. 동북아에서도 일본의 메이지유신이 그러하고, 한국의 개발연대 한강의 기적, 즉 박정희 산업혁명이 그러하고, 중국의 지난 30년의 덩샤오핑 기적이 그러하다.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중앙집권이 강화되면서 봉건제의 산물인 사농공상의 최상층이었던 사무라이 계급이 무너지고 이들이 ‘주판을 든 사무라이’로 변신하여 산업보국(産業報國)의 새 이념을 체화한 새로운 기업가 그룹을 형성하면서 일본의 근대화가 가능하였다.

한편 한국의 산업혁명을 이끈 박정희는 성공하는 기업과 기업인을 국민적 영웅으로 대접함으로써 5천 년도 더 되는 세월 사농공상의 계급이념 속에서 짓눌렸던 한민족의 기업가적 창조의 본능을 살려 내어 오늘날 세계를 호령하는 세계적인 한국기업들을 만들어 내었다.

모든 기업을 국유화한 사회주의 체제의 몰락 속에서 다른 체제 전환국들은 거의 모두 기업이라는 조직의 재건에 실패하여 농경사회로 역주행하였으나, 덩샤오핑의 중국만은 일본과 한국의 기업 주도 성장 경험을 잘 살려 ‘선부론(先富論)’이라는, 부를 쌓는 자를 우대하는 반(反) 사농공상의 이념을 앞세우고 국영기업에 신속하게 자본주의적 경영을 도입하여, 지난 30여 년간 기업 주도 산업혁명을 이뤄 내었다.

산업혁명이든 지식경제든 창조경제든, 자본주의 경제의 창발은 사농공상의 계급이념을 탈피하여 상공업을 통한 부의 창출자들이 대접받는 보다 실사구시적인 이념을 창출하고, 이에 부합하게 기업과 기업가를 존중하고, 과학과 기술을 보다 숭상하는 제도와 정책을 통해서만 가능하였다.

새로운 이념을 어떻게 창출할 것인가

이념은 사회의 게임의 규칙인 경제제도의 원천이다. 이념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비공식적 제도일 뿐만 아니라, 이념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정당의 정치 및 입법 활동을 통해 헌법, 법률, 더 나아가 행정부의 명령, 규제 등 공식적인 제도의 내용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일국의 경제활동의 전체적인 인센티브 구조를 형성하는 경제 게임의 규칙을 결정하게 된다.

국민경제의 성공과 실패는 얼마나 부의 창출행위를 우대하는, 즉 신상필벌의 경제적 차별화에 부응하는 사회이념을 창출하고 이를 공식적 법제도 속에 담아내어 국가의 제도로 정착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제도를 만드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만든 제도를 엄격하게 실천하여 국민들의 행동이 바뀌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제도를 만들어도 집행 의지가 없으면 제도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 경제발전의 관건은 어떻게 ‘경제발전 친화적 이념’을 창출해 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경제학도 정치학도 이 문제에 대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신(新) 제도경제학은 제도의 경로 의존성이 새로운 제도 도입과 변화에 장애가 된다는 경험적 사실은 적절히 지적해 왔지만, 제도 변화의 원동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뚜렷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이념을 포함한 제도 변화에 성공한 사례들을 통해서 보면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가 리더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점이다. 국가 리더가 신상필벌의 차별화 원리를 인지하고, 이를 국민들에게 설득하고, 입법과정을 통해서나 정책을 통해 경기 규칙으로 제도화해 내고, 이를 상당 기간 꾸준히 집행함으로써 국민들의 경제적 행동과 궁극적으로는 생각, 즉 이념마저도 바꾸어 낼 수 있었다.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면서 행동이 바뀌고 점차 생각의 바탕, 즉 이념도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발전 친화적인 신상필벌의 차별화 이념을 체화한 강력한 설득의 리더만이 경제적 도약을 이끌었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한국의 박정희, 싱가포르의 리콴유(이광요), 중국의 덩샤오핑, 영국의 마거릿 대처 등이 그러하였다. 특히 한국의 새마을운동은 스스로 돕는 마을만 지원하는 신상필벌의 경기 규칙을 제도화 및 정책화함으로써 모든 국민들을 자조(自助)하는 국민으로 바꿀 수 있었던 의식개혁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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