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공동 유세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7일 오후 경기 화성시 동탄센트럴파크에서 공동 유세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선거운동기간 막판 ‘대장동 의혹’의 칼날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에게 겨누며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다. 그러나 그 증거로 지목된 ‘김만배 녹취록’이 사실상 김씨의 일방적인 주장에 지나지 않는데다가, 그 녹취록이 생성된 시점 또한 석연치 않아 ‘기획된 녹취록’이라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지난 6일 친여성향 매체인 ‘뉴스타파’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의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 녹취록에는 김씨가 2011년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후보에 대해 "(이재명이 간섭을 많이 해서) 내가 욕을 많이 했다. X같은 놈"이라고 말한 부분이 있었다. 또 "이제 또 땅값이 올라가니 이재명 시장이 ‘터널도 뚫어라’ ‘배수지도 해라’ (등 부대조건을 계속 붙였다)"며 "그래서 내가 욕을 많이 했다. X같은 XX, XX놈, 공산당 같은 XX 했더니 성남시의원들이 찾아와서 ‘그만 좀 하라’고 했다"고 언급했다.

김씨가 또 "법조인도 엄청나게 이거 이제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성남시에서) 3700억원 (우)선 배당 받아가겠다니까, 법조인들이 ‘아, 우리는 안 해, 그러면’ 이렇게 해서 우리가 많이 갖게 된 것"이라 말한 내용도 포함돼있다. 그리고 "박영수-윤석열이 부산저축은행 건을 봐줬다"면서 윤 후보가 대장동 사업과 관련이 있다고 말하는 듯한 정황도 드러난다.

여기까지만 보면 이 후보는 오히려 대장동 사업 이익을 공익으로 환수하려 노력한 사람이고 윤 후보는 대장동 사업의 ‘시드머니’를 마련하는 데 조력한 사람인 셈이다.

하지만 이 녹취록을 믿을 수 없는 이유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법정 증거물 아닌 ‘개인 녹취록’일 뿐

이 녹취록은 검찰에 증거물로 제출된 ‘정영학 녹취록’과는 전혀 다른 별개의 녹취록이다.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셈이다. 이 녹취록은 2021년 9월 15일 김씨가 ‘뉴스타파’의 직원이자 전 언론노조위원장인 신학림씨와 둘이서 말한 내용을 신학림이 녹음한 것이다. 또 신씨는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민주통합당의 비례대표를 신청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즉 애초에 ‘언론인’이 아닌 ‘정치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 사람이다.

이 녹취록이 만들어진 시점도 절묘하다. 이 후보는 지난해 9월 14일 대장동 관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 인터뷰에서 이 후보는 "대장동 개발은 민간특혜 개발 사업을 막고, 5503억원을 시민이익으로 환수한 모범적 공익사업이었다"며 "성남시 대신 사업자가 직접 책임지고 비용을 들여 공원 및 터널을 조성하는 것을 사업자 공모 조건에 명시해 확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녹취록은 이 후보의 기자회견 바로 다음날 만들어졌다. 김씨가 겉으로는 이 후보를 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후보를 보호하기 위해 이 후보의 기자회견 내용을 인용해 ‘만들어진’ 녹취록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20년 전 김대업 사건과 판박이

이같은 흑색선전은 20년 전 16대 대선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당선이 유력한 후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였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상황에서 전직 부사관인 김대업의 ‘병풍 의혹’이 터졌다. 이회창 후보의 아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는 폭로였다.
 
또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기양건설로부터 10억원을 받았다는 폭로도 나왔다. 거기에 더해 이회창 후보가 최규선씨로부터 20만 달러를 받았다는 폭로까지 이어졌다. 이 후폭풍이 그대로 대선을 덮쳐 이회창 후보는 불과 60만표, 득표율로는 2.33%의 근소한 차이로 패배했다.
 
하지만 대선이 끝난 후 검증한 결과 위 3가지 폭로는 모두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회창 후보에게는 억울하기 짝이없는 일이었지만, 이미 대선은 끝난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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