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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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북한의 9번째 미사일 실험 발사가 있었다. 중국 측 요청으로 자제하고 있었다는 듯, 베이징 올림픽 끝나자마자 재개된 것이다. 2017년 11월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발사 이래 북한은 계속 미국을 겨냥할 수 있는 ICBN 실험 발사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는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간 듯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집중하는 동안 놓치지 십상인 문제들이 벌어지고 있다. 일곱 번째 지하핵 실험의 잠재력도 그 중 하나다. 이러한 위협에 바이든 정부가 얼마나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긴급 군사원조로 수억 달러를 약속한 상태다. 수도 키이우와 다른 주요 도시가 함락되기 전에 쓰여야만 의미가 있다. 장기화 할 가능성이 높아진 현재, 우크라이나의 저항을 지원하는 100억 달러의 자금을 의회가 검토 중이다. 우크라이나 문제에 적극적이긴 어렵다. 미국과 나토 동맹국은 아직 지상에 군사고문을 배치할 준비가 안 돼 있다. 하물며 전투기를 보내고 지상군을 투입하는 등 나토 국가와 러시아 사이가 본격적인 전쟁으로 번질 수 있는 결정은 당연히 못한다.

확실히 한국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다. 1950년 6월 북한의 기습적 전면 남침으로 벌어진 참혹한 전쟁에서 미국인은 앞장서서 싸웠고, 오늘날 여전히 2만8500명의 미군을 대한민국에 주둔시키는 방위조약에 의해 매어 있다. 한미동맹은 매우 강력해 보이지만, 훼손될 수도 있는 관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중국과 북한의 반응은 예측했던 대로다. 중국과 러시아, 두 대국의 특수한 관계성도 확인된다. 중국은 러시아를 지지하고 나섰다. 국제사회의 제재에 처한 러시아가 현재 기댈 곳은 중국밖에 없다. "미국이 안전에 대한 러시아의 정당한 요구를 무시한 채 군사적 세계적 패권을 추구한다"고 비난하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북한 외무성의 웹페이지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의 유사점을 묘사하며 미국의 위협에 대항하는 안전책으로 핵탄두와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항상 주장한다. 한국의 각종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것은 합리적 추론이다. 북한과의 화해를 목표로 하는 여당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미사일 실험에 대해 이해심과 인내를 가지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의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해왔다. 1953년 7월 한국전쟁을 끝낸 휴전협정을 평화조약으로 대체하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종전선언’ 요구를 계승하고 있다.

소련이 일본 패망 후 평양에 소련군 장교 출신 김일성을 심은 이래, 미국에 대한 인식은 그대로다. 미사일과 핵무력의 힘이 북한을 지배해온 김씨 왕조의 자부심임엔 틀림없다. 김일성의 손자 김정은이 당장 그 귀한 핵무기와 미사일을 포기하게 만들 방법은 없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분명한 인식을 보여왔고 미국의 비핵화 요구를 지지해왔다. 문재인 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구하고 있지만 어디까지 가능할지 매우 불확실하다.

문 대통령은 당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그저 ‘유감’을 표했을 뿐이다. 이 점에 대해 비판을 받은 문 대통령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사태에 좀 더 분명한 태도를 취하기로 한 것 같다. 30분 정도 얘기를 나눈 뒤 문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며", "자국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게 일어선 우크라이나 사람들과 연대하고 있다"는 트윗을 했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의 이름을 거론도 하지 않았다.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해한 책임 혹은 전쟁 범죄로 그를 비난하거나, 민주주의의 가치와 인권에 대해 말할 용기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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