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산 석유 사용 위해 핵협정 복원 서두르려 할 듯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 유가 상승에 항의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조롱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선을 돌파했다. /AP=연합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 주유기에 유가 상승에 항의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조롱하는 스티커가 붙어 있다. 미국 전역의 평균 휘발유 판매가는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갤런당 4달러선을 돌파했다. /AP=연합

미국 정부가 러시아산(産) 원유 수입금지 조치를 취한다. 러시아발(發) 에너지 대란의 예고다. 당연히 에너지 대란에서 끝나지 않는다. 자연히 전반적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게 돼 있다. 조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정책의 결과이기도 하다. 300년 혹은 500년분 매장량의 ‘셰일’을 가진 나라가 겪지 않아도 될 상황이었다.

7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에 따르면 미 하원은 이르면 8일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초당적으로 처리할 방침이다. 이 법안에는 ▲러시아와 일반 무역 관계 중지 ▲러시아와 벨라루스산 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참여 중지 방안 등이 담겼다.

국제유가는 패닉 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유가가 이미 2008년 7월 이후 최고 가격인 갤런 당 4달러까지 폭등했다. 1년 전에 비해서 거의 50%가 오른 가격이다. 미 유가 신기록이 몇 달 동안 계속해서 갱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에 이어 세계 최대의 산유국이지만 세계 최고의 석유소비국이기도 하다. 미국은 지난 해 모든 석유수입량의 8%인 2억4500만 배럴의 원유를 러시아로부터 수입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가 글로벌 시장에 하루 약 700만 배럴을 공급하고 있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사용하기 위해 핵협상을 서두르려 할지 모른다.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지금, 미국에게 이란과의 핵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란과 핵 협정이 복원되면 100만 배럴 이상의 이란산 석유를 사용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바드 오지 이란 석유장관은 최근 제재가 해제될 경우 이란이 하루 380만 배럴까지 생산량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대이란 교역과 투자에 ‘제재 예외’를 보장해야 이란 핵합의 복원협상에 임하겠다고 버티면서 합의는 미뤄지고 있다. 이란 핵합의를 인질로 삼은 셈이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원유 수출 제재에 대한 완화도 고려 중이다.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연임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2019년 양국 국교가 단절됐다. 이후 미국이 마두로 대통령을 압박하기 위해 원유수출 제재 조치를 취했고, 한때 하루 300만 배럴에 달했던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량은 현재 100만 배럴 이하다.

쿠바·러시아·중국 등의 지원을 받으며 버텼던 마두로 대통령이 미국의 제의를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EU(유럽연합)은 미국의 러시아 석유 금수조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이날 성명을 통해 러시아 제재에서 ‘러시아산 에너지 제외’를 지지한다며, 현재 유럽에겐 ‘필수’임을 강조했다. EU는 연간 필요 가스량의 40%인 약 1550억㎥ 가량을 러시아로부터 수입해왔다.

현재 EU 주요 회원국은 치솟는 에너지 비용이 국내 정치에 미칠 악영향을 경계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노박 에너지 담당 부총리는 서방의 조치 때문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300달러 이상으로 뛰어오를 것이라며,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노르트 스트림-1’ 가스관 폐쇄 가능성도 거론했다.

‘우크라 사태’ 속 14년 만에 최고치 기록한 미 휘발윳값. 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니덤에 있는 주유소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기름을 넣고 있다. 미국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여파로 휘발유 전국 평균 판매가가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인 갤런(3.78ℓ)당 4달러를 돌파했다. /AP=연합
‘우크라 사태’ 속 14년 만에 최고치 기록한 미 휘발윳값. 7일(현지시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니덤에 있는 주유소에서 한 여성이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 기름을 넣고 있다. 미국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의 여파로 휘발유 전국 평균 판매가가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인 갤런(3.78ℓ)당 4달러를 돌파했다. /A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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