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국방장관, SCM 공동성명 발표…사실상 11년만에 대대적 수정 착수

서욱 국방부 장관(오른쪽)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이 2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제53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회담을 마치고 브리핑룸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한미 군 당국이 2일 북한의 핵·미사일 등 군사 능력 고도화에 따른 대응으로 새로운 작전계획(작계)을 수립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작권 환수(전환)와 관련해서는 내년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CCPT) 기간에 미래연합사의 완전운용능력(FOC)을 평가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서욱 국방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잔관은 제53차 한미안보협의회(SCM)를 가진 뒤 공동회견을 통해 "(한미) 연합방위 태세를 향상하고 모든 위협으로부터 (한국을) 방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며 "새 ‘전략기획지침’(SPG)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韓·美, 북핵 대응 ‘전략기획지침’(SPG) 최신화 합의

이번 작계에는 핵 탑재가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 미사일, 각종 단거리 전술탄도미사일 등을 개발한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에 대응하는 강력한 수단이 반영될 전망이다.

현재 연합사의 작계는 ‘작계 5027’과 ‘작계 5015’다. 40여 년 전 만들어진 작계 5027은 북한의 남침 시 반격 격퇴하는 내용의 전면전 대응 계획이며, 최근에 수립된 작계 5015는 접적지역에서 국지전, 북한 우발상태 등 다양한 상황에 대응하도록 작성됐다.

SPG는 한미 국방당국이 작계를 보완 및 수정하거나 새로 작성할 때 가이드라인 격으로, 기존 작계를 보완하려면 양국 국방장관이 SPG에 먼저 합의해야 한다. 이후 양국은 SPG를 토대로 합참 차원에서 본격적인 작계 수정 작업에 들어가게 된다. 마지막 SPG 수정이 2010년 이뤄졌다는 점에서, 11년 만에 대대적인 작계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서 장관은 이와 관련, "SPG는 작전계획 발전을 위해 (한미) 양국 국방부 차원의 정책적 지침을 군사위원회(MC)에 하달하는 문서"라며 "(현재) 한미 간엔 2010년 SPG가 유효화돼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번 SCM에선) 북한의 위협 변화, 우리 군의 ‘국방개혁2.0’에 따른 변화, 연합 지휘구조의 변화, 제반 전략적인 환경 등을 담을 작계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면서 "변화된 전략 환경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작계 발전에 필요한 지침을 제공할 필요가 있어 (새 SPG) 최종안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한미 국방장관이 합의한 새 SPG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최근 북한이 ICBM과 SLBM에 이어 단거리탄도미사일, 장거리순항미사일, 극초음속미사일 등 신무기 개발을 다양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능력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서 장관은 한미가 북한을 대화로 끌어들이기 위해 종전선언을 추진하는 와중에 북핵 대응을 위한 작계가 새로 수립되는 것과 관련, "종전선언은 정치선언적 의미라서 작계를 위한 SPG와 특별한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SCM 공동성명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과 관련, "2022년에 미래연합사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시행하기로 했다"고 시한을 못 박았다. 내년에 FOC 검증 평가를 거치면 새 정부에서 ‘전환 시기’가 도출될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오스틴 장관은 회견에서 "내년 후반기 연합지휘소훈련(CCPT) 훈련 간에 미래연합사의 FOC를 평가하기로 합의했다"고 구체적으로 전했다. FOC 평가는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 사령관(대장)이 지휘하는 미래연합사령부의 운용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3단계 평가 절차 중 2단계에 해당한다.

문재인 정부가 임기내 추진했던 전작권 전환은 결국 차기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다만 한미 군 당국이 핵심 평가에 해당하는 FOC 평가를 내년에 시행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전작권 전환 가속화를 위한 추동력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 SCM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대만’이 명시…중국 반발 예상

한미 국방장관은 SCM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대만’을 명시했다. 성명은 "양 장관은 2021년 5월 바이든 대통령과 문 대통령 간 정상회담 공동성명에 반영된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공동성명에는 "오스틴 장관은 인도·태평양 지역이 미 국방부의 최우선 전구라는 점에 주목"했다는 문구가 포함되기도 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대중 견제를 주된 목적으로 한다.

이번 SCM 공동성명의 ‘대만’ 합의 관련 중국의 반발도 예상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내세우며 다른 국가들이 대만 문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를 내정 간섭으로 치부하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한편 이번 SCM에서 양국은 용산기지 반환 문제와 맞물려 있는 한미연합군사령부 본부의 평택 이전도 내년까지 완료하는 데 합의했다. 용산 기지 반환의 핵심으로 꼽혀온 연합사 본부 이전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온 전체 용산 기지 반환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 들어 처음 열린 SCM 공동성명에는 ‘주한미군 규모를 현 수준에서 유지한다’는 내용이 복원됐다. 전임 트럼프 행정부 시기 해당 문구가 빠져 병력 감축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최근 미 국방부는 해외 미군의 ‘글로벌 배치 검토’(GPR) 결과를 발표하면서 현 2만8천500명의 주한미군 병력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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