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에 가입하면 은행, 증권사, 카드사 등에 산재돼 있던 개인의 금융정보를 하나로 모아 나만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마이데이터 종합포털
마이데이터에 가입하면 은행, 증권사, 카드사 등에 산재돼 있던 개인의 금융정보를 하나로 모아 나만을 위한 맞춤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다. /마이데이터 종합포털

10년 안에 내 집을 마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차를 갖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수십억대 자산가가 되기 위해서는 돈을 어떻게 관리하고 투자해야 할까.

금융업계가 이 같은 질문에 답을 줄 수 있는 혁신적 신사업의 선점을 위해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나만을 위한, 내 손 안의 금융 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가 내년 1월 1일 전면 시행을 앞두고 이달 시범서비스에 나서며 고객 유치 경쟁이 본격화된 것이다.

◇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 시대 개막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특정 사업자를 선택해 여러 은행과 카드사, 보험사, 통신사, 공공기관 등에 흩어져 있는 자신의 금융정보를 모아 관리·분석할 수 있도록 하는 신개념 서비스다. 이를 통해 전체 금융정보를 바탕으로 개인자산관리(PWM)를 포함,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마이데이터 사업자 입장에서는 그동안의 단편적 데이터로는 불가능했던 초개인화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안함으로써 새로운 캐시카우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관련시장에 대한 구체적 전망은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산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19조3000억원에서 올해 21조4700억원, 2025년 32조9700억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거의 모든 은행과 신용카드사, 금융투자사는 물론 핀테크 업체, IT기업, 이동통신사까지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번 시범서비스에만 해도 총 17개사가 참여 중이다. 국민·농협·신한·우리·기업·하나 등 6개 은행, 키움·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 등 3개 금투사, 국민·신한·하나·BC·현대 등 5개 카드사, 뱅크샐러드·핀크 등 핀테크 2개사, 농협중앙회 등이다. 여기에 이달 중 20개사, 내년 상반기까지 16개사의 추가 참여가 예정돼 있다. 특히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도 마이데이터를 탈(脫)통신을 가속화할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들 이동통신 3사의 경우 통신 분야의 성장 한계 극복을 위해 수년 전부터 IPTV,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통신 외 분야에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마이데이터에 가입하면 스마트폰 앱 하나로 자신의 모든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종합포털
마이데이터에 가입하면 스마트폰 앱 하나로 자신의 모든 금융정보를 통합 관리할 수 있다. /마이데이터 종합포털

◇ 승부처는 차별화된 서비스

현재 대다수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자산관리의 대중화를 전면에 내세운다. 최상위 VIP 고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개인자산관리 서비스의 장벽을 허물고, 누구나 자산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겠다는 것이다.

자산관리 고수들의 포트폴리오를 공유하고 전문가의 재테크 가이드를 받을 수 있는 국민은행의 ‘머니크루’를 비롯해 하나은행의 ‘하나 합’, 농협은행의 ‘NH자산+’, 키움증권 의 ‘MY자산’ 등이 대표적이다.

각 사업자별 강점을 활용한 특화 서비스도 여럿 눈에 띈다. 기업은행은 마이데이터 브랜드 ‘i-ONE 자산관리’를 통해 중소기업 근로자에 최적화된 신용관리를 지원하고, 국민카드는 카드 포인트를 펀드에 투자하는 ‘짠테크’를 선보였다. 핀크는 자산관리의 대상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까지 넓힌 서비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는 사업자 간의 승패가 결국 차별화된 서비스에서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은 자산관리를 기본으로 놓고 어떤 사업자의 서비스가 자신에게 가장 유용할지 판단해 가입을 결정할 공산이 크다"며 "이것이 모든 사업자가 계열사나 외부업체와의 제휴를 통해 독창적 서비스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금융업계 지각변동 신호탄

개인에게 이 같은 마이데이터는 기업이 독점하고 있던 자신의 금융정보 활용 주권을 되찾아 온다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 신개념 서비스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마이데이터는 금융업계의 판 자체를 뒤흔들 막대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정보의 독점이 붕괴되면서 은행, 카드, 증권 등으로 구분됐던 금융업권의 칸막이가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은행과 카드사, 증권사와 은행이 경쟁하면서 대대적 산업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스타트업 중심의 핀테크 업체에 더 없는 기회로 작용한다. 지금까지는 더 많은 고객을 보유한 금융사가 더 앞서 출발하는 불평등 레이스에 임해야 했다면 이제는 시중은행과 같은 금융 공룡들과 동일한 데이터로 ‘맞짱’을 뜰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은 2개사뿐이지만 핀테크 업계의 거성인 카카오페이를 필두로 네이버파이낸셜, 뱅큐, 핀다, 핀크, 쿠콘 등이 속속 출격을 앞두고 있어 다윗과 골리앗의 진검승부를 보게 될 날이 머지 않았다. 제도권 금융사들이 아직 남아있는 우월적 입지와 마케팅 역량을 활용해 초기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내년 1월 본 서비스 개시와 함께 마이데이터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 빛 좋은 개살구가 될지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당분간 시장 선점을 위한 업종 간 합종연횡도 활발히 전개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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