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캄보디아 대사 내정자 부임...공식 업무 시작
외교부 홈페이지에 이름 잘못 표기..."외교적 결례"

지난 10월 말 한국으로 파견된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찌릉 보톰랑세이(CHRING Botumrangsay) 대사 내정자.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제공
지난 10월 말 한국으로 파견된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찌릉 보톰랑세이(CHRING Botumrangsay) 대사 내정자. /주한 캄보디아 대사관 제공


외교의 기본은 ‘예절’이다. 특히나 외교 협상 테이블에서는 상대의 기분까지도 고려하는 예절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 국제 사회의 암묵적인 규칙이다. 예컨대 상대 국가의 요구에 ‘불가능하다’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신중하게 검토해 보겠다’라고 에둘러 표현하는 것이 관습화 되어 있을 정도다.

대한민국 외교부의 무능에 대한 질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대외관계에서 기본이자 접점인 외국 외교관의 성명을 잘못 표기해놓았다면 이것은 무능일 뿐만 아니라 심각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2일 본지 확인 결과 주한 캄보디아 대사 내정자의 성명이 외교부 공식자료에 잘못 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찌릉 보톰랑세이(CHRING Botumrangsay) 주한 캄보디아 대사 내정자는 외교부 홈페이지의 상주공관장 리스트에 찌로응 보똠랑세이(CHROEUNG Bottumrangsay)로 표기돼있다

찌릉 대사 내정자는 아직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아그레망’(프랑스어 agrement, 타국의 외교사절을 승인하는 일)을 받은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외교 관례상 외교관이 파견된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타국의 외교사절에 대한 파견 거부)를 표시하지 않는 한 부임 직후부터 외교관의 지위를 인정받는다. 아그레망과 동시에 외교관에 대한 신임장을 제정하는데 가장 최근 있었던 신임장 제정일은 10월 15일이었다. 이날 신임장이 제정된 외교관들의 소속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 가나, 필리핀, 에스토니아, 스웨덴, 엘살바도르다. 그 이후 파견된 외교관들에 대한 신임장 제정 계획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하지만 찌릉 대사 내정자는 이미 지난 10월 말부터 대사 내정자로서 대사 직무를 수행해왔다. 한달 반 넘게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상대국가 외교관 수장의 이름을 잘못 기재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찌릉 대사 내정자가 한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것도 아니다. 찌릉 대사는 지난 10월 한국-캄보디아 간 자유무역협정 서명식에 캄보디아 대표로서 참석했다. 또 이를 계기로 찌릉 대사 내정자는 여러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교국 외교사절단 수장의 성명을 잘못 기재된 채로 방치하고 있는 곳이 대한민국 외교부인 것이다. 찌릉 대사가 외교관으로서 당연히 소지하고 있을 외교관 여권 확인조차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기에, 이런 사태는 외교부의 무능과 불성실함을 동시에 보여주는 셈이다.

이것은 단순한 표기 오류 정도로 치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외교통상문서에서는 작은 철자 표기 하나가 정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번 정부 들어 외교부가 일으킨 많은 사고 중에서도 명칭과 관련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 나섰을 때 방문국가인 체코를 26년 전 국명인 체코슬로바키아로 공식 트위터에 표기하기도 했고, 2019년에는 발트해 국가를 ‘발칸’으로 잘못 표기해 라트비아로부터 공식 항의까지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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