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퍼스트레이디 된 전시·기획사 대표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설립자·대표 김건희. /2015년 DBR 인터뷰에서 

코바나컨텐츠 김건희 대표는 미술 전공자다. 이제 청와대의 안주인 역할을 하게 됐다. 2007년 이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를 경영해 온 김 대표의 이력과 라이프 스타일이 역대 영부인들 가운데 단연 이채를 발한다. 스스로 기업체를 설립해 15년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는 것은 나름의 전문성·사회성을 증명한 셈이다.

대체로 현모양처형 영부인을 기대하는 한국인들이 많으나, 모든 세대에 적용될 사항은 아니다. 윤석열 당선자가 후보 시절 예능프로들을 통해 선보인 ‘요리솜씨’ ‘가정내 관계성’등은 부부의 역할분담에 대한 통념을 흔들며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앞으로 5년간 대통령 영부인으로서 김 대표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은다.

예술 관련 전시회를 기획하고 수행하는 기업이란 한 나라 문화산업의 중요한 일부를 차지한다. 안목과 실력, 수완 없이 해낼 수 없는 사업이다. 2008년 설립 이래 코바나컨텐츠가 성공시킨 굵직한 전시회들은 그 의의와 잠재력을 보여준다.

◇2008년 ‘까르띠에 소장품전(展)’ ◇2009년 ‘앤디워홀, 위대한 세계전’ ◇2010년 뮤지철 ‘미스사이공’ ◇2010년~2011년 ‘색채의 마술사 샤갈’ ◇2012년~2013년 ‘에펠탑의 페인트공, 마크리부 사진전’ ◇2012년~2013년 ‘불멸의 화가 ∥ 반고흐 in 파리’ ◇2013년 ‘皮影(피영)전’ ◇고갱: ‘신화 속으로의 여행’ ◇2013년~2014년 ‘점핑 위드 러브--세기의 인물과 날다, 필립 할스만 사진전’ ◇2015년 ‘마크 로스코전’ 등, 모두 주목을 받았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일류가 아니면 사람을 속이는 것", "양질의 컨텐츠야말로 문화사업의 요체"라던 발언이 부끄럽지 않은 이력이다.

이들 전시회 중 김 대표는 자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전시회로 ‘점핑 위드 러브’ 즉 ‘필립 할스만 사진전’를 꼽은 바 있다. "유명 화가의 이름을 내건 명화전이 아니었으나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줬다고 본다." 그림 전시회에 비해 사진전을 좀 낮춰 보는 경향, 그 통념을 깼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깊은 의미를 느끼며 눈물까지 흘렸다. 관람객 수보다, 진정으로 감동했다는 분들 때문에 나 역시 감동을 받았다", "용기와 희망 ‘새로운 도약’을 은유하는 ‘점프’, 희망을 주는 메시지가 대한민국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마크 로스코전’은 관람객의 숫자나 평단의 반응뿐 아니라, 국내 역대 최고의 보험료(2조5000억원)도 화제가 됐다. 김 대표 자신이 가장 자부심을 느낀 전시회라는 점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작가의 이름값보다, 우리나라에 어떤 정신적인 기운을 불어놓고 싶었다"고 한다. "작가들의 그림을 보면 어떤 형상이 있는데 로스코는 그걸 다 뭉개버렸다. 자기 그림을 형상으로 해석하지 말라는 얘기다."

당시 한국사회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로 하는 게 ‘위로’ ‘치유’라고 본 김대표는 로스코의 그림에서 그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예술의전당 전시 때, 영성을 불러일으키는 독특한 분위기의 ‘예배당’ 풍의 전시실에서 명상하듯 로스코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2015년 DBR(동아 비즈니스 리뷰)과의 인터뷰에 따르면, 김 대표는 어릴 때부터 그림을 비롯한 예술 전반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 예술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단순 전시 기획을 넘어 문화사업 전반에 관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방향이 분명했기에 목표와 비전도 분명했다. 단순히 기업의 생존을 넘어 스스로가 원하는 사업의 최종 포트폴리오를 구성했다. 신진 아티스트 발굴, 출판·전시·공연·홍보·문화레스토랑 운영 등 다양한 분야를 계획해왔다." 일반적인 문화 관련 기업과 차별되는 부분이다. 김 대표는 "매출 비중과 업무 편중도 면에서 전시회 기획이 가장 많지만 나머지 사업 또한 이익을 확대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김 대표 자신이 말하는 코바나컨텐츠 성공비결은 ‘문화콘텐츠와 사람에 대한 진정성’이다. "사람들에게 내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게 진정으로 가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즉 사업을 벌일 때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기준이 바로 ‘작품의 수준’, ‘국내 전시가 이미 있었나 혹은 몇 번이나 있었나’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샤갈전은 국내 최초가 아니었으나 크게 성공했다. "샤갈의 정신과 가치를 가장 잘 나타내는 작품을 가져오려 했다. 작가마다 전성기의 그림, 쇠퇴기의 그림이 있다. 아무리 이름 있는 작가라도 작품 가치가 덜하다 판단되면 들여오지 않는다." 김 대표의 전문가적 프로 의식이 잘 드러난다.

"전시회 역시 어떤 식으로든 후대에라도 평가를 받을 터라 작품의 수준이 낮으면 기획이든 투자든 손을 뗀다."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가진 않았다. 세계적 사진작가 피터린드버그 전시회는 계약 직전까지 갔다가 취소됐다. "광고사진 작가로 알려져 있는데, 본인이 작가주의 전시를 원했다. 어렵게 작가를 설득해 거의 유치 확정이었으나 이런 의견 차이로 끝내 무산됐다. 손해가 컸지만 모두 감수했다."

좋은 게 무엇인지 알아야 좋은 것을 소개할수 있다.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김 대표는 국내외 박물관 및 공연장·전시회를 수없이 다닌다. 또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 관람, 인문학·경영철학 가리지 않고 책을 많이 읽으려 애쓴다. 풍부한 상상력과 높은 안목을 기르기 위해서다.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는 태도가 중요한 것 같다. 작은 경험이라도 교훈·영감·아이디어를 얻고자 늘 생각한다." 기발함이란 이같은 노력으로 키워진 저력에서 나오는 법이다.

김 대표가 해당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을 짐작하게 해준다. "뭔가 역발상적인 것들은 늘 효과가 있다. 전시회 때마다 새로운 것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보여주고자 한다." 예를 들어 김 대표는 오드리 햅번, 마릴린 먼로, 그레이스 켈리의 사진을 한 곳에 전시한 적이 있다. ‘사랑에 철저하게 패배한 아름다운 세 여인’이라는 제목과 관련 설명을 붙였다.

미모·명예 다 가진, 세상에 남부러울 것 없을 듯한 세계적 미녀 배우들에게 뜻밖의 해석을 더한 것이다. 김 대표는 필립 할스만의 렌즈로 찍힌 그녀들의 전성기 자태와 자신이 첨부한 스토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고 회고한다.

대통령 선거전 동안 김 대표를 향해 제기됐던 ‘전시이력 허위’의혹은 뭘까? 2008년 까르띠에와 국립현대미술관 명의로 진행된 ‘까르띠에 소장품전’사례다. ‘맨인카후스’와 코바나컨텐츠가 홍보대행계약을 맺었고, 이후 2009년 포괄적 영업양수도계약 및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맨인카후스의 전시기획 및 홍보대행 영업 이력까지 코바나컨텐츠로 귀속된 것이다.

2020년 초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이 전시회 관련 내용은 코바나컨텐츠 홈페이지에서 삭제됐다. "문화예술계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전시를 지속적으로 기획·주관해왔다. 실적이나 이력을 부풀릴 이유가 없다." 코바나컨텐츠 측의 해명이었다. 

코바나컨텐츠 기획-전시 이력. /코바나컨텐츠
2015년 코바나컨텐츠의 기획 전시회로 큰 성공을 거둔 ‘마크 로스코 전’. 작품 보험금이 우리나라 역대 전시회 최고액(2조5000억원)으로도 화제가 됐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 영부인들. 전형적인 현모양처 아니면 현모향처로 보여야 하는 편견에 제21대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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