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루스벨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하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AP=연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의 루스벨트룸에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의 하나로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AP=연합

미국이 8일(현지시간) 자국의 러시아 원유 수입 금지 조처에 다른 동맹의 동참 여부가 각국의 결정 사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원유 금수 문제와 관련해 "유럽 국가들이 뒤따르리라 예상하지도 요청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금수 조처 발표 연설에서 "유럽의 동맹과 파트너들이 우리에게 동참할 위치에 있지 않을 수 있음을 이해하며 금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금수 조치로 전 세계의 중장기적인 ‘탈러시아’ 흐름이 생성됐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유럽 또한 당장 러시아 의존도가 문제일 뿐, 곧 동참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영국는 2022년 말까지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단계적으로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국제사회가 외면하기 시작한 러시아 원유와 천연가스를 중국이 구매자로 나설 지에 시장의 관심도 쏠린다. 중국으로선 경제적 실익 및 대외 전략 차원에서 러시아 원유를 구입할 이유가 충분하다. 심지어 러시아 에너지 기업의 지분 매입을 고려 중으로 알려졌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당시 미국에게 제재를 받게 되자, 중국은 판로가 위축된 러시아산 원유를 평균 국제유가보다 낮은 가격에 구입한 바 있다. 특히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선포할 올가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에너지 수급 안정은 필수다. 하지만 미·중 대결로 전이될 가능성을 생각할 때,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할 문제일 것이다. 미국이 역풍을 맞을수도 있다. 에너지·식량·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야기했다는 책임을 피할수 없기 때문이다.

에너지 수출이 막힌 러시아로선 석유 메이저 회사들의 철수 또한 고민스럽다.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엑손모빌·셸 등 대형 석유회사들의 러시아 사업 철수가 러시아 에너지 업계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극해 등 러시아의 독자 개발이 어려운 유전에서 국제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손을 떼면서 미래 생산량을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일각에선 ‘금수보다 무서운 철수’란 말까지 나온다.

한편 국제사회의 제재에 대한 반격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특정 제품과 원료의 해외 반출·반입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대통령령에 8일 서명했다. 반출·반입 금지 내지 제한되는 제품과 원료 목록은 별도로 공표할 것으로 보인다.

서방의 강력한 대러 제재로 내수시장에서 특정 상품이나 원료 부족 현상이 생기는 것을 막는 동시에, 특정 국가 제품 및 원료의 수입을 차단함으로써 보복을 가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루블화 외화 환전도 앞으로 6개월간 중단키로 했다.

외화를 루블화로 환전하는 경우라면 한도 없이 가능하다. 외환계좌의 현금 인출 한도액은 6개월간 1만 달러(약 1200만원)로 제한된다.

‘우크라 사태’ 속 휘발윳값 역대 최고치 경신한 미국. 8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한 주유소 입구에 휘발유 가격이 적힌 전광판이 세워져 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3.78ℓ)당 4.173달러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AFP=연합
‘우크라 사태’ 속 휘발윳값 역대 최고치 경신한 미국. 8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의 한 주유소 입구에 휘발유 가격이 적힌 전광판이 세워져 있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이날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갤런(3.78ℓ)당 4.173달러로 집계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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