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여명

3월 9일 대선 결과는 여러가지 생각할 거리를 안겨줬다. 양대 진영 지지자들은 새벽 4시가 다 되어서야 결과를 확인하고 잠시 눈을 붙일 수 있었다. 윤석열 당선인과 2위로 낙선한 이재명 후보 간 격차인 ‘30만 표’는 아찔한 수치이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대선 과정뿐 아닌 지난 4년을 복기하며 풀어나가야 할 과제다. 이외에도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위헌 정당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로서, 통진당의 해산과 함께 국회의원직을 박탈당한 김재연이 대통령 후보로 버젓이 출마, 무려 3만7천 표를 득표한 사실이다.

김씨 외에도 이번 대선은 특히나 ‘체제를 엎어보자’ ‘재벌 국유화’ ‘사회주의가 답이다’ 따위의 구호를 내세우는 군소후보들이 많았다. 대선주자로 출마한 14인의 후보 중 무려 10인의 후보자가 좌파임을 내세우며, 이 나라를 지탱하는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겠다고 나섰다.

당선될 가능성이 없으며, 아무리 좌성향 정부 관리 하에 치러지는 선거라 해도 저런 주장을 현수막으로 걸어놓을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은 국가, 정확히 말하면 국가정보원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 자유민주국가의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강제성’은 우리 체제에 대한 국민 간 ‘합의된 순응(이자 자부심)’이기 때문이다. 현대 민주주의의 사실상의 모국인 미국에서조차 군인의 적성 국가 찬양·고무는 처벌을 받게 돼 있다. 하물며 대선이다.

간첩 한 명이 작은 조직에서, 작은 간첩조직이 보다 큰 범위인 시민사회에서 암약하며 미치는 해악은 크다. 체제를 혐오하게끔, 서로를 미워하게끔, 그렇게 사회라는 ‘둑’에 구멍을 내는데 탁월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간첩은 다른 것이 아니다. 사회통합을 저해하고 공동체에 회생 불가능한 상처를 내 스스로 무너지게 만드는 무리가 간첩이고, 간첩 활동이다.

스탈린은 민주주의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방식을 끊임없이 연구했다. 그리고 그들의 도구는 환경일 수도, 소수자일 수도, 인간의 선한 마음을 파고들 수 있는 그 무엇도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주로 순수한 NGO 활동가들 틈에 섞여 있다. 한국에서 이들의 활동 이력은 못해도 30년이 되어간다.

새로운 정부가 우여곡절 끝에 탄생했다. 축배를 들 시간도 없을 만큼 문재인 정부의 대못이 이곳저곳 박혀있다. 못을 박힐 때도 문제지만 빼낼 때도 상처를 남긴다. 부디 윤 당선인이 우직하게, 한 발자국씩 그 대못들을 빼내고 미래를 향한 연고로 새 살을 메워주기 바란다. 동시에 3만7천이란 숫자의 무거움을 고민하는 대통령이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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