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정권은 왜 망했을까? 정동영 후보를 550만 표 차로 이긴 이명박 정부가 왜 임기 초반에 주저앉았을까. 사람 때문이다. 인사(人事)에서 망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 이상득 의원이었다.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 여당 중진의원으로 버티고 있었다. 국민들이 어떻게 생각했겠나. 하물며 야당과 언론은? MB정부 초장부터 야당·언론이 대통령을 물어뜯었다. ‘만사형통’(萬事兄通)이란 신조어가 나왔다. ‘모든 일은 형을 통해야 잘 풀린다’는 조롱이다.

이상득 의원은 부패 정치인이 아니었다. 하지만 국민 대중은 진짜로 ‘만사 兄통’으로 믿었다. 세상 이치가 그렇다. 대중정치란 그런 것이다. 대통령의 친인척·친구 관리는 애초부터 싹을 잘라야 한다. 결국 인사문제에서 터지기 시작하여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사태’에서 폭발했다. 광우병 사태는 MBC의 거짓보도, 저질 선동방송이 기폭제였다. MB정부는 출범 6개월간 끝내 아무것도 못했다. 새 정부 초기 6개월은 나머지 4년 6개월만큼이나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잘한 것도 많다. 누구도 하지 못한 통진당을 해산했다. 하지만 국민은 대통령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다. 대통령은 구중궁궐에 틀어박혔고 최순실이 인사와 정사(政事)를 주무르는 줄 알았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국민이 보기에 ‘공명정대’ ‘투명’이 대원칙이다. 국민의 눈에 그렇게 비쳐져야 한다. 대통령의 정치는 ‘인사’로 말한다. 국민은 인사를 통해 대통령의 마음을 읽어낸다. 대통령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안다. 그래서 인사가 만사다.

윤석열 후보는 0.73% 차로 이재명을 눌렀다. 이 ‘0.73%’는 현 대한민국의 처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하던 대한민국이 기적적인 ‘0.73%의 확률’로 죽음을 면했다. 앞으로 윤석열 당선인이 한국사회를 재건해낼 확률도 지금은 0.73%로 보인다. 0.73%의 확률을 그 100배인 73%까지 끌어올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 오로지 천하제일의 인재들을 등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인사=만사’ 깃발을 인수위부터 아주 선명하게 들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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