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20일 발레 ‘춘향’이 공연된다(국립극장 해오름).
2019년 발레 ‘춘향’에서 이몽룡을 연기하는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 이번엔 다른 러시아 무용수가 맡는다. /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단장 문훈숙)의 창작 발레 ‘춘향’이 3년 만에 돌아온다(3월 18~20일, 국립극장 해오름). ‘영상미를 더한 새로운 무대’, 차이콥스키의 음악이 더해지며, ‘패션쇼를 방불케 할 매혹적인 무대의상’으로 기대를 모른다.

재작년은 공연이 모두 취소돼 발레단 창단(1984년) 이래 처음으로 휴단하고 연습실 문까지 아예 걸어잠갔다. 단원들이 정부지원금이라도 받을 수 있게 하려는 배려였지만 혹독한 시간이었다. 문 단장은 "연습을 하루 쉬면 자신이 알고 이틀 쉬면 지도자가 알고 사흘을 쉬면 관객이 안다"고 말한다. 무용수에게 매일매일 몸을 움직이는 ‘연습이 생명’이라는 뜻이다. 발레의 연습 강도는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극(劇)의 서사를 표현하며 무용수들의 춤을 돋보이게 하는 결정적 요소가 무대의상이다. 춤추기 편하면서 동작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해야 한다. 이정우 디자이너가 발레 ‘춘향’의 무대의상을 맡았다. 고(故)이영희 디자이너의 딸이자 배우 전지현의 시어머니이지만, 문 단장의 예술적 동반자 ‘디자이너 이정우’로서 더 돋보인다.

"우리 문 단장님은 내 뮤즈(muse)"라는 이 디자이너에게 문 단장은 "우리 삶 속에 예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정우 선생님과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새삼 깨달았다"고 화답했다.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당연하지 않다는 것, 매사에 감사함을 팬데믹을 통해 배웠다"는 말도 덧붙였다.

상체의 우아한 움직임과 하체의 역동성·밸런스가 중요한 발레, 그래서 한복 의상 제작이 유난히 어려운 분야다. 그러나 이 디자이너에겐 자기가 추구해 온 것과 딱 들어맞는 작품이 ‘발레 춘향’이었다. 참여 제의에 두말않고 응한 이유다. "아무도 엄두를 못내던 시절 프랑스 파리에 한복을 들고 갔을 때 같은 마음"이었고, "세계 어디에 내놔도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의상을 만들고자 패턴만 수십번, 가봉만 10번 넘게 하는" 등 공을 들였다. 문 단장에 따르면 한복과 발레는 통하는 게 많다. "한복의 선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해가 갈수록 깨닫는다"는 문 단장을 표현을 빌면, 발레란 결국 라인 즉 ‘선의 예술’이다.

‘발레 춘향’에서 춘향과 몽룡의 첫날밤 ‘빠드되(2인무)’가 몽환적이고 격조 있다면, 몽룡의 과거시험 장면에 등장하는 남성 군무는 역동성이 넘친다. "의상도 춤을 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대의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발레 춘향‘을 보완하며 다채로움을 더했지만, 단 하나 안 바꾼 게 바로 이 디자이너의 무대의상이다. 같은 한복이지만 색다른 디자인적 요소를 가미하고, 치마의 볼륨·색상까지 신경 썼다고 한다. 세계 각국 발레단에서 ‘춘향’을 공연하는 모습이 기대된다.

스위스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한국인들이 두각을 나타낸 지 오래다. ‘발레 춘향’이나 ‘발레 심청’처럼 한국의 스토리가 세계적 예술로 재해석돼 발레의 본고장은 물론 세계 각지로 뻗어나가는 게 결코 꿈이 아니다. 완고한 신분 장벽을 뛰어넘는 절절한 사랑이야기 ‘춘향’엔 만국 공통의 메시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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