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소천한 故장응복 박사, 2015년부터 한동대에 기부...7년후 알려져

故 장응복 박사가 생전 부인 김영선 여사와 함께 한동대에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한동대
故 장응복 박사가 생전 부인 김영선 여사와 함께 한동대에 방문해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한동대

지난 6일 99세로 별세한 故 장응복 박사는 지난 2015년부터 평생 모아 온 전 재산 113억을 ‘왼손이 하는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한동대학교에 기부해 왔으나, 기부한 지 7년이 지나고 그가 소천한 후에야 세상에 아름다운 이야기로 알려지게 됐다. 

11일 한동대에 따르면 장 박사의 기부는 2015년부터 매년 이루어졌으나,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장 박사는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해야 한다”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한사코 거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동대는 “장 박사가 별세한 후에라도 선한 영향력이 세상에 알려졌으면 좋겠다”며 장 박사의 기부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장 박사는 1923년 황해도에서 태어나 평양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 때 남한으로 온 이후 1958년부터 의사의 길을 걸어 왔다. 그는 의료 인프라가 열악했던 1960년대부터 한밤중에도 환자가 병원문을 두드리면 자다가도 깨어서 진료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위해서는 직접 찾아가 치료해 주기도 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에게는 진료비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평소 검소한 삶을 살았던 장 박사 부부는 30년 이상 써야 그나마 오래된 물건으로 여기며 근검절약의 삶을 살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내인 김영선 여사도 손수 뜨개질을 해서 옷을 해 입었고 폐품들을 버리지 않고 재사용했다고 한다.

장 박사는 아흔이 넘을 때까지도 대중버스를 타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장 박사의 세 아들도 평소 ‘남주는 삶’에 대한 가르침을 어렸을적부터 받아 왔기 때문에, 전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장 박사의 결정에 기쁘게 동의했다고 한다.

무일푼으로 38선을 넘어와, 평생 일하며 자신을 위해서는 무섭게 아끼면서 100억을 모은 장박사는 ‘벌어서 남주자’는 그의 평소 소신에 따라 ‘배워서 남주자’는 교육 철학을 가진 한동대에 기부했다.

한동대는 “기부자의 뜻을 받들어 ‘공부해서 남주는’ 학생들을 양성하는 데 기부금을 사용할 것”이라며 “장응복 박사는 그저 공부 잘하는 학생에게 돌아갈 장학금이었으면 기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전에 말한 바 있으며, ‘배워서 남 주냐? 배워서 남줘라. 그리고 벌어서도 남 줘라’고 한동대 학생들에게 당부했다”고 전했다.

한편 한동대는 1995년 경북 포항에 설립된 기독교 대학으로, 전교생이 지역사회는 물론 아프리카 등 오지의 개발도상국을 찾아가 전공을 활용한 선교와 사회봉사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수여하는 교육기부대상도 수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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