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창리 위성발사장 확장·풍계리 갱도 복구·금강산 시설 철거·영변 핵시설 가동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연합

동창리와 풍계리, 금강산, 영변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북한의 도발 동향이 포착되면서 한반도의 긴장이 치솟고 있다.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전용 가능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의 확장 개축에 나섰고, 풍계리에서는 폭파했던 핵실험장의 일부 갱도를 복구하는 동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영변에서는 5MW 원자로와 재처리시설,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 등이 가동 중이고, 금강산에서는 남측 시설의 철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일련의 이런 움직임들은 본격화하면 하나같이 한반도 정세를 단숨에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대형 이슈들로, 윤석열 당선인은 취임 전부터 북한에 단호히 대응하면서도 한반도 정세는 관리해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안게 됐다.

북한은 작정한듯 한반도 시계를 전운이 감돌던 2017년 수준으로 빠르게 되돌리고 있다.

가장 부각되고 있는 위협은 ICBM 시험발사다.

한미 군 당국은 11일 오전 6시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이 지난달 27일과 이달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지난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열병식 계기에 최초 공개된 신형 ICBM 체계와 관련된 것으로 평가했다.

특히 "향후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가장한 해당 미사일의 최대사거리 시험 발사를 앞두고 관련 성능을 시험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거의 동시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대형 운반로켓을 발사할 수 있도록 발사장 구역과 로켓 총조립 및 연동 시험시설들을 개건·확장하도록 지시했다는 북한 관영매체들의 보도가 나오면서 위기감은 더욱 치솟았다.

함경북도 길주군에 있는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도 심상치 않은 동향이 포착됐다.

새 건물이 들어서고 기존 건물을 수리한 정황이 포착된 데 이어 2018년 5월 폭파했던 일부 갱도를 복구하는 움직임까지 파악된 것이다.

북한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1월 핵실험·ICBM 발사 모라토리엄(유예) 철회 시사를 실제 행동으로 옮기려는 사전 포석으로 읽힌다.

금강산 일부 시설의 철거에 나선 동향이 포착된 건 더는 대남관계에 미련이 없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김정은은 2019년 2월 ‘하노이 노딜’ 이후 남측에 불만을 터트려오더니 그해 10월엔 금강산 시찰 과정에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을 싹 들어내도록 하라"고 지시했고, 실제 철수에 착수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이유로 이듬해 1월 철거를 연기했는데, 최근 갑자기 철거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아무리 북한에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상황이라 해도 시점이 미묘하다.

일각에선 대통령 당선인이 결정되는 시점을 전후해 북한이 다각도로 긴장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새 정부 길들이기의 성격도 없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아울러 몸값을 최대한 높여 미국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부총장은 "북한이 한 번에 ICBM을 발사하는 게 아니라 도발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을 쓰고 있다"며 "이는 지금 ‘당장’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겠다는 게 아니라 미국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압박해 자신들의 손을 잡아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외교적 딜레마에 빠진 미국을 최대한 압박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만약 ICBM을 쏘려면 미국의 북한에 대한 주목도가 높을 때 쏴야 하는데 지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모든 외교적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며 "북한이 최근 일련의 도발로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미국과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의 마이웨이식 핵·미사일 무력 강화 일환이란 분석도 설득력 있다.

북한은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보면서 체제 안전을 위해 핵·미사일 강화에 더욱 집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북한은 지난해 노동당 대회에서 미국 본토까지 포함되는 1만5천㎞ 사정권 안의 타격명중률 제고를 비롯해 ▲ 수중 및 지상 고체엔진 ICBM 개발 ▲ 핵잠수함과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 극초음속 무기 도입 ▲ 초대형 핵탄두 생산 등을 국방력 발전 ‘5대 과업’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런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동창리 발사장 확장과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군과 전문가들은 북한의 도발 시점과 관련, 4월 15일 김일성 생일(태양절) 110주년과 4월 중 예상되는 한미훈련 계기를 주목한다.

글렌 밴허크 미국 북부사령관은 8일(현지시간)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북한이 조만간 새로운 ICBM 시험 발사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밴허크 사령관은 "북한은 2020년 10월 새로운 ICBM을 공개했다"며 "그것은 2017년에 마지막으로 시험한 것보다 훨씬 더 역량을 갖춘 것"이라고 평가했다.

양무진 교수는 "내부적으로는 태양절을 기념해 축포를 쏘고 외부적으로는 미국을 압박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박원곤 교수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서방 자유주의 체제 대 러시아, 중국 등 권위주의 체제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며 "북한이 ICBM을 쏘는 순간 세계는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강력히 제재할 텐데, 그게 미국과 협상을 원하는 북한이 원하던 모습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