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역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다른 정책금융기관들도 지방 이전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 3단계 조감도. /연합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역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꼽히고 있는 가운데, 다른 정책금융기관들도 지방 이전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부산국제금융센터 3단계 조감도. /연합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공약으로 내걸었던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성사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수출입은행 등 다른 서울 소재 정책금융기관들도 지방 이전 대상에 추가될 수 있다는 관측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 등 일부 정책금융기관 직원들은 대선 이후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공약을 둘러싼 정치권 동향과 금융권 반응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당선인이 유세 도중 ‘산업은행 이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여지를 남긴 터라 ‘우리도 덩달아 가는 것 아니냐’며 직원들이 불안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 당선인은 지난 4일 부산 유세 현장에서 "산업은행 하나 가지고는 안 되고, 대형은행과 외국은행들도 부산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언급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이전하는 정책금융기관이 산업은행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확산됐다. 예금보험공사, 기업은행, 수협은행 등 서울에 본사를 둔 정책금융기관이나 특수은행이 대상이다.

그동안 부산지역 단체들은 부산의 금융 생태계 선순환을 위해서는 산업은행과 같은 대형 정책금융기관 유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해왔다. 현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는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 한국거래소 등 다양한 정책금융기관이 이전해왔지만 금융 중심지 역할 수행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전 공약에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다. 산업은행의 한 관계자는 "연차가 낮은 직원이나 이직 후에도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직원들은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산업은행의 역할은 도외시한 채 대선 과정에서 정치 논리의 희생양이 됐다며 지방 이전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노조는 지방 이전 관련 입장문에서 "전 세계 주요국 사례 및 대한민국 경제에서 산업은행의 역할을 고려할 때 산업은행의 지방 이전은 기관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 악화까지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도 "서울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면 수도권에서 쌓아온 경험과 네트워크 등이 일시에 무너져 은행 시스템이 흔들리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 공약에 대해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간다고 해서 산업이 발전되고 돈이 생기는 것이 아니다"며 "지방 이전은 진보가 아니라 퇴보"라고 말했다. "주객이 전도된 몰이해 탓에 지역 정치인들이 잘못된 주장을 한다"며 "말이 마차 앞에 있어야 하는데 마차를 말 앞에 두고 끌어보라고 하는 행태"라는 말도 했다.

서울 소재 정책금융기관의 경우 당장 직원들의 불안감이 가시화된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지방 이전 이슈가 "남의 일이 아닐 수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대선 직후라 뚜렷한 얘기가 들리는 것은 없지만 산업은행 이전 공약도 예상치 못하게 나왔던 만큼 직원들도 산업은행 이슈를 남의 일로만 여기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부산으로 이전한다면 대상 부지는 부산국제금융센터가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9년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부산국제금융센터 문현금융단지에는 기술보증기금·한국은행 부산본부·BNK부산은행 등이 입주했다. 1단계 사업으로 63층 규모의 BIFC 빌딩이 2014년 6월 준공됐고, 49층과 36층 2개 동으로 이뤄진 2단계 사업도 2018년 11월 준공됐다. 현재 이곳에는 한국거래소,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예탁결제원 등 35개 기관이 입주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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