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이재구

윌 스미스 주연 영화 ‘에너미 오브 더 스테이트’(Enemy of the State·1998)에서 국가안보국은 인공위성으로 지상에 있는 사람을 손금처럼 들여다보며 쫓는다. 도감청 법안 반대 의원 살해 증거를 가진 윌 스미스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이 위성은 지구 저궤도를 타원형으로 돈다. 사람 손에 쥔 게 무엇인지도 구별한다. 현재 사용 중인 기술이다.

냉전시대 비밀정찰기 ‘U-2’는 첨단 인공위성 기술로 대체되고 발전했다. 눈 내리거나 구름·안개가 낀 날, 심지어 야간에도 정밀하게 지상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합성 개구 레이더(SAR)’ 위성이다. 전파를 쏘아 반사되는 시간차를 이용해 영상 지도를 만든다. 아이폰의 얼굴인식 기술이나 자율주행차의 주변 감지 기술도 같은 원리다.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진작에 러시아 침공설을 제기한 배경에도 이 위성이 있다. 최근 외신은 한 우크라 기업인이 전세계 민간 SAR 위성지도 기업에 무상으로 정보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스토리를 전하기도 했다.

푸틴의 우크라 침공으로 지구가 시끄러운 가운데 우주에서 인공위성으로 지구를 내려다 보고 지구애와 인류애를 설파했던 ‘우크라인의 아들’을 떠올리게 된다. 칼 세이건 (1934~1996)박사다. 그는 1990년 2월 14일 미항공우주국(NASA)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의 카메라를 지구로 돌려 지구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구는 광대한 우주의 무대 속에서 극히 작은 하나의 점에 지나지 않는다. 이 조그만 점 한구석의 일시적 지배자가 되려고 장군이나 황제들이 흐르게 했던 유혈의 강을 생각해 보라"고 했다.

러-우크라 전쟁 상황에서 ‘우크라인의 아들’의 메시지가 새삼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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