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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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학자 칸트 (E. Kant)는 프랑스 합리주의와 영국 경험주의 철학을 집대성한 계몽주의 철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위대한 업적은 칸트 이후의 모든 근 · 현대철학자들이 칸트를 비켜가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칸트철학은 나는 무엇을 알 수 있나?로 시작되는 순수이성비판을 기점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하나?로 이어지는 실천이성론으로 진보한다. 그리고 말년에 이르러 나는 무엇을 희망할 수 있나?라는 종교철학 형태의 영구평화론으로 완성된다.

그는 도덕성에 기반을 둔 이성의 공익성은 세계시민의 권리이자 의무이기 때문에 한 국가의 윤리와 도덕문제는 타국에도 반드시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세계시민의 보편적 이성과 영구평화는 상호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이는 특히 21세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보편적 인권과 개인의 자유문제와도 직결된다. 이런 칸트의 예언은 결국 3백년이라는 시공을 초월해 21세기 동유럽 우크라이나 전쟁터에서 현실로 반영되고 있다.

한때 제국을 형성했던 러시아의 독재자 푸틴은 지정학적 논리와 힘의 정치를 앞세워 노골적인 침략을 감행했지만 현재 큰 벽에 부딪히고 있다. 자유와 독립을 갈구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세계시민의 자유와 인권을 앞세운 자유민주주의라는 인류 보편가치에 막혀 버렸다. 일주일 내로 끝냈어야 할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푸틴자신의 안위까지 도전받고 있다.

현재 군사조직인 NATO가 아닌 국가연합인 EU와 미국이 러시아에 적극적으로 대적하는 이유는 바로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가치를 최우선정책으로 펴고 있기 때문이다. EU는 역사상 최초로 분쟁국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비상결정을 내렸고, 미국은 대러 석유금수조치에 돌입했다. 그리고 지구촌 자유시민들은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한 의용군을 모집해 이미 2만명이 넘는 의용군이 우크라이나군과 합류했다.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우크라이나 도시 대부분이 크게 파괴되었다. 하지만 우쿠라이나 시민들의 눈물겨운 대러 항전은 인류의 보편가치에 입각한 영구평화론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지를 전세계에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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