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대선이 윤석열 당선인의 승리로 끝나면서 윤 당선인의 공정경제 철학에 맞춰 공정거래위원회를 이끌 새 수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
제20대 대선이 윤석열 당선인의 승리로 끝나면서 윤 당선인의 공정경제 철학에 맞춰 공정거래위원회를 이끌 새 수장이 누가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합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 경찰’로 불린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공정거래위원장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공연히 "재벌을 혼내주러 왔다"고 말해 재벌 저격수로 불렸다.

아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상황이어서 공정거래위원장 인선의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긴 이르다는 평가가 많지만 전·현직 공정거래위원회 관료부터 공정거래법이나 경쟁법 전문가, 검사까지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있다. 다만 문 정부의 재벌 저격수와 달리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 철학을 갖춘 인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중론이다.

14일 정치권과 경제계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공정경제 공약에서 기업의 자율규제 원칙과 최소 규제에 방점을 찍은 만큼 김 전 위원장과 차별화되는 인물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인선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날 "윤 당선인의 공약을 보면 기업을 신뢰하고 규제를 풀어주되 잘못하면 일벌백계하자는 것으로 ‘아예 싹을 자르자’와는 기조가 다르다"며 "기업의 편안한 경영환경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중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관가 안팎에서는 재벌 개혁 분야보다는 갑을(甲乙)관계 개선, 독과점 해소 등의 분야에 정통한 전·현직 공정거래위원회 관료의 기용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윤 당선인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0.7%포인트 차로 신승한 만큼 인사청문회 통과 가능성을 고려할 때 외부인사 발탁보다는 내부 승진 방식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으로 김재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의 기용 가능성이 꼽힌다. 김 부위원장은 카르텔, 기업거래, 경쟁정책 등 공정거래위원회 내 주요 업무를 두루 섭렵한데다 합리적인 리더십으로 내부 신망이 두텁다.

지철호 전 부위원장도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지 전 부위원장은 갑을관계 문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유통 분야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개선하는데 앞장섰다. 지 전 부위원장은 윤 당선인이 서울중앙지검장이던 2018년 검찰의 공정거래위원회 재취업 비리 수사 대상이 됐다가 법원에서 무죄 판정을 받는 등 악연이 있다. 하지만 그를 기용함으로써 새 정부의 포용력을 보여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의 친정인 검찰 출신이 발탁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검찰 내 공정거래 수사의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구상엽 울산지검 인권보호관이 대상에 오를 수 있다. 그는 2015년 소형 베어링 가격을 담합한 일본 업체들의 국제 카르텔 사건을 한국 검찰 최초로 기소했다. 서울대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이 ‘카르텔에 대한 형사집행의 개선 방안 연구 : 국제카르텔을 중심으로’였다.

구 인권보호관은 또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공정거래위원회 재취업 비리를 수사해 전직 공정거래위원장을 구속한 바 있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 수장 자리에 검찰 출신을 앉힘으로써 ‘검찰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쓸 우려가 있는데다 장관급 자리에 오르기에는 다소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대선 과정에서 윤 당선인에게 정책적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가 거론된다. 권 교수는 대한상공회의소 기업정책규제분과 자문위원,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단 자문위원, 정보통신정책학회장 등을 거친 경쟁법 전문가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언급된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 이재명 후보 캠프의 유세차 전복 사고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SNS에 올리는 등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가 된 만큼 기용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대선 과정에서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등 관련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되지 않아 관련 전문가가 부각될 기회가 없었던 만큼 잘 알려지지 않은 ‘깜짝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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