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제재 수위 점차 높이며 "쿠릴 4개섬은 우리 영토"
러, 日 비우호국 지정...동해 등에서 군사훈련 확대

지난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의 캠프 펜들턴 해병대 기지에서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국 해병대의 ‘철권 22’ 합동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상륙돌격장갑차가 목표물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지난 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오션사이드의 캠프 펜들턴 해병대 기지에서 일본 육상자위대와 미국 해병대의 ‘철권 22’ 합동 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상륙돌격장갑차가 목표물을 향해 사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

일본 정부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는 가운데 쿠릴 열도의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놓고 일본과 러시아의 신경전이 감지된다. 쿠릴 4개 섬은 러시아가 실효 지배 중으로, 일본과 러시아의 영유권 분쟁 지역이다.

실효 지배란 특정 지역 또는 영토에 대한 관리·통제 능력을 가지는 것, 실제로 통치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국제법이나 역사적 정당성 등에 근거한 주장보다 우위를 점하는 현실적 태세이며, 우리나라의 독도가 한 예다.

13일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전날 동일본대지진 11주년을 계기로 도호쿠(東北)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 러시아에 대한 최혜국 대우 종료를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자국이 속해있는 주요 7개국(G7)이 최혜국 대우 종료를 포함한 추가 러시아 제재를 발표한 데 동참을 표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미국 및 유럽과 함께 단계적으로 제재 수위를 높이고 있다. 러시아 역시 이에 맞서 일본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했다.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가 급격히 악화하면서 쿠릴 4개 섬을 둘러싼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력을 쏟는 동안 일본은 ‘북방영토’ 회복을 꾀하려는 모양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쿠릴 열도에 대해, 그간 자제해왔던 "우리나라 고유 영토"라는 표현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또한 8일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쿠릴열도 점유에 대해 "불법이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당시 소련)와 일본은 쿠릴 4개 섬 영유권 문제로 아직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뒤늦게 참전해 승전국이 된 이오시프 스탈린의 소련에게 점거된 쿠릴 열도를, 일본인들은 ‘잃어버린 땅’으로 인식한다. 2018년 당시 아베 신조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간의 러·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은 러시아와의 평화협정 체결 협상을 고려해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표현을 자제해왔다.

러시아가 쿠릴 열도에서 일본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 지난 9일 쿠릴 4개 섬 진출 기업의 법인세 면제를 결정하는가 하면, 그 다음날엔 여기 배치된 지대공 미사일로 훈련을 했다. 일본 열도 주변 러시아군의 활동도 활발해졌다. 아사히(朝日)신문은 "러시아의 해양 진출, 중국과 공동보조를 취하는 듯한 행보를 확대함에 따라 자위대가 경계를 강화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일본 자위대에 따르면 지난달 오호츠크해와 동해에서 러시아 함정 24척이 해상 훈련을 벌였고, 이달 10~11일 이 훈련에 참여했을 러시아 함정 10척이 일본 혼슈(本州)와 홋카이도(北海道) 사이의 쯔가루(津輕)해협을 통과해 태평양에서 동해로 진입했다. "미사일·어뢰를 갖춘 전투 함정도 많다.

이 정도로 많은 러시아 전력이 한꺼번에 움직이는 것은 좀체 없었던 일"이라며 아사히는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침략을 진행하면서 아시아에서도 이런 훈련을 수행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과시하는 시위의 하나로 보인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의 해석이다. / 조동헌 기자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비치는 주요 7개국(G7) 화상회의 화면. 윗줄부터 왼쪽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
지난달 2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집무실에 설치된 모니터에 비치는 주요 7개국(G7) 화상회의 화면. 윗줄부터 왼쪽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사무총장,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모습이 보인다.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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