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후
박상후

한국에는 현실국제정치를 논하는 학자가 드물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소위 전문가, 학자들이 말하는 것을 보면 거의 컨벤셔널 위즈덤(Conventional Wisdom) 좋게 말하면 성인군자의 가르침, 폄훼하자면 빨래터 정담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제사회가 규탄 일색이다. 러시아는 침략자이니 나쁜 나라, 우크라이나는 침략당한 약소국이니 좋은 나라라는 식의 단순 흑백논리밖에 없다. 여기에 미국 현실주의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머 교수의 한마디 "Might Makes Right(힘이 곧 정의다)" 는 상당한 울림이 있다.

미어샤이머 교수는 어느 나라든 국가 전략과 국익의 방향이 국제법에 일치하면 국제법을 지키지만 상충될 경우 인권이나 국제법은 무시된다면서, 이런 현실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이는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가 현실정치에서 만국공법보다는 힘이 우선시된다고 이토 히로부미에게 가르쳐준 것과 같다.

유로마이단 혁명 때부터 지금의 사태를 예측했던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가 진작에 미국과 이혼(divorce)하고 러시아와 다름을 인정하고 공존하는 이른바 모두스 비벤디(modus vivendi)를 모색했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해 서구 영향권에 들어가려는 시도는 멕시코나 캐나다가 자국에 중국군을 불러들이는 경우와 같다고 비유했다. 현실국제정치를 도외시한 우크라이나 지도부의 오판이 전세계적 재앙을 불러일으켰다고 질타했다.

현재 국제사회는 어느 나라도 진심으로 우크라이나를 돕고 있지 않다. NATO나 EU나 현실국제정치의 원리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야생이다. 세계는 사자가 토끼를 사냥하는 광경을 보고 있다. 여기서 사자가 악하다, 토끼가 선량하다고 해봐야 그것은 현실이 아닌 감정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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