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 본사에서 한 직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격리 면제와 함께 여행이 실제로 가능한 동남아시아, 유럽, 남태평양 여행지 등에 대한 특별전 상품을 살피고 있다. /연합
15일 서울 중구 모두투어 본사에서 한 직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게시된 격리 면제와 함께 여행이 실제로 가능한 동남아시아, 유럽, 남태평양 여행지 등에 대한 특별전 상품을 살피고 있다. /연합

3년째 이어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고사 직전까지 내몰린 항공·여행업계에 활력이 돌고 있다. 올해 들어 항공여객 수요가 기지개를 켜고 있는 데다 세계 각국이 해외여행의 최대 걸림돌로 작용했던 자가격리의 빗장을 속속 풀고 있는 덕분이다. 국내외 항공업계는 2분기를 기점으로 여행수요 회복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억눌렸던 여행의 자유에 대한 보복심리가 V자 반등을 일으켜 연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 가능성도 점쳐진다.

15일 영국의 항공 데이터 분석기업 OAG에 따르면 올해 4월 세계 항공 수용력, 즉 항공사들이 제공하는 여객 좌석수가 4억1761만9227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이번 달 예상치 3억8000만7682개보다 9.8% 증가한 수치이자 코로나19 확산 직후인 2020년 2월의 4억102만5461개를 웃도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999년 4월의 4억6841만1520개와 비교해도 89.1%에 이른다. 항공 수용력이 여객수요의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OAG의 예측은 글로벌 항공 여행객이 코로나19 이전으로 회복되고 있음을 암시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지표도 마찬가지. 올 1월 항공승객 운송실적(RPK, 유료탑승객×운송거리)이 전년 동기 대비 82.3% 증가한 것이 실례다. 국내선이 41.5%, 국제선은 165.6%나 뛰어올랐다. RPK는 여객수요와 항공사 수익성을 가늠할 대표적 지표다. 윌리 월시 IATA 사무총장은 "델타에 이은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라는 방지턱에도 불구하고 항공여행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많은 국가가 여행 규제 해제를 포함해 코로나19 정책을 완화하고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동남아 등 각국 정부는 최근 해외입국자의 무격리 입국을 허용하거나 백신 접종자의 자가격리 면제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우세종이 된 오미크론의 중증도가 낮은 만큼 막힌 국경을 열어 항공·여행·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하늘 길 개방에 동참하는 국가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이달 21일부터 해외입국자의 격리가 면제된다. 2차 접종(얀센은 1회 접종) 후 14일∼180일 이내의 사람과 3차 접종자가 대상이다.

이 같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에 힘입어 국내 항공업계는 코로나19라는 터널의 끝이 보인다며 들뜬 분위기다. 각 항공사는 격리가 면제되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 국가를 중심으로 국제선 증편에 나서는 등 늘어날 항공수요에 대응한 채비에 착수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미 일본·하와이 노선 증편을 결정했고, 수요에 맞춰 추가 증편에 나설 계획이다. 대한항공도 수요를 면밀히 검토해 언제든 국제선 항공기를 추가 투입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일본·동남아·오세아니아 등 40여개 국제선 정기노선 허가권을 가진 제주항공 또한 선제적 운항 재개로 수요를 선점할 방침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은 빨라도 한 달여 전에 계획을 세우기 때문에 2분기 들어서야 무격리의 효과가 본격화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의한 고유가 등의 여파만 극복한다면 올해 항공수요가 코로나19 사태 초기 수준까지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와 마찬가지로 여행업계도 늘어날 여행객 맞이에 분주하다. 하나투어·인터파크투어·모두투어 등의 여행사에는 정부가 해외입국자 격리 면제 지침을 발표한 지난 11일부터 신혼여행과 해외여행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만 해도 지난 11∼13일 해외 항공권 예약 건수가 지난달과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281%, 873% 폭증했다. 이에 맞춰 하나투어의 온라인 허니문 박람회, 모두투어의 동남아·유럽·남태평양 여행 상품 최대 31% 할인 프로모션 등 주요 여행사들은 발빠르게 다양한 판촉 행사에 돌입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여행업은 코로나19 이후 줄곧 매출 ‘제로’ 상황을 버텨왔다"면서 "방역조치 완화에 더해 코로나 확산세도 꺾인다면 올 여름은 3년 만에 맞는 가장 바쁜 계절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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