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을린 사랑'의 한 장면.
영화 '그을린 사랑'의 한 장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민간인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걱정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면서 영화 ‘그을린 사랑’(드니 빌뇌브 감독, 2010)을 떠올린다.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전쟁으로 빚어진 한 가족의 잔혹사를 냉정하게 다룬다.

잔느와 시몽, 쌍둥이 남매는 어느날 갑자기 말을 잃고 죽은 어머니 나왈이 남긴 유서를 보게 된다. "내 장례를 치르지 마라 비석도 세우지 마라 나를 하늘을 보도록 눕히지 말라"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또 존재조차 몰랐던 아버지와 또다른 형제를 찾아 각각 편지를 전해달라고 했다. 잔느는 사진 한 장을 들고 나왈의 궤적을 찾아 떠난다.

나왈의 삶과 잔느의 추적이 교차되면서 나왈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왜 죽었는지, 그리고 유서의 의미는 무엇인지 비밀이 하나씩 베일을 벗는다. 기독교인이었던 나왈은 무슬림 남자를 사랑하게 되고 함께 도망치려 한다. 하지만 가족은 남자를 쏘아죽인다. 나왈은 아이를 낳지만 기를 수 없다. 아이의 발뒤꿈치에 점 3개를 찍은 후 고아원에 보낸다. 종교내전이 계속되는 동안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던 나왈은 한 사건에 휘말려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리고 젊은 성고문기술자 니하드에 의해 강간을 당하고 임신해 쌍둥이를 낳는다....나왈의 비밀을 모두 알게 된 남매는 한 남자에게 다가가 어머니의 편지를 내민다. 편지는 한 장이면 충분했다

나왈이 쌍둥이 남매의 아버지인 동시에 형(오빠)에게 남긴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함께 있다는 건 멋진 일이란다."

과연 멋진 일일까.차라리 찾지 말지... 영화를 본 후 들었던 솔직한 심경이다. 다큐멘터리를 만들던 빌뇌브 감독은 그러나 그런 ’시선 회피’를 용납하지 않았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