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석
조우석

천안함 폭침 사건 뒤인 2010년 봄 무렵이다. 이명박 정부의 고위 인사가 망명객 황장엽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북한을 너무 몰아붙이면 구석에 몰린 쥐처럼 우리에게 달려들지 않을까요?" 얼굴이 일그러진 황장엽이 되물었다."누가 쥐이고 누가 고양이란 말이요? 서울 불바다를 호언하고 핵을 가진 북한이 고양이 아닙니까?"

그런 북한이 지금 핵무기 체계 완성단계이고, 급기야 괴물 ICBM까지 발사할 기세다. 이게 다 우리의 느슨한 대응 탓이고, 결정적으로 문재인 정권 시절의 평양 비호 탓이다.

저들도 드디어 임자를 만났는데 그게 필자 판단엔 윤석열 당선인이다."원칙 없는 평화 쇼로는 남북관계에 진전 없다." 얼마 전 외교안보 공약을 내놓으며 그렇게 선언했는데 빈말이 아니었다. 선거운동 내내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비핵화원칙까지 못박았고, 그러다가 최고의 명언을 터뜨렸다. 북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두고"저런 버르장머리도 정신이 확 들게 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당연히 그게 그의 속내일 것이고, 다른 건 몰라도 외교안보 분야만은 그가 단단하게 챙길 것을 기대한다.

사실 휘청대던 한미관계는 이미 동맹 재건으로 방향을 잡았고, 친중 사대주의 비판을 받던 한중관계는 상호존중으로 정리됐다. 한미일 동맹 강화도 약속했으니 큰 방향은 그게 맞다. 사실 요즘 자꾸 나오는 그 무슨 국민통합에 협치 타령에 가슴이 답답한 게 사실이다. 그래도 천만다행인 건 윤 당선자가 나라의 문단속만은 잘할 것이란 전망이다. 늑대 북한과 능구렁이 중국에 되치기만 당하지 않는다면 잘 풀어갈 수도 있을 텐데, 남은 걱정은 결전 의지가 훼손된 군 체질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그 역시 관건이다.

황장엽 표현으로 고양이 앞에 쥐가 된 체질이 문제다. 필자 눈에는 한국군은 오래 전부터 전투집단이 아닌 의장대였다. 급기야 문재인을 만나 주적(主敵)개념까지 무너지고 말았다. 그렇다. 윤 당선인이 해야 할 일은 정말 많다. 9.19 군사합의로 남침대로를 열어둔 것도 원상복원해야 하고, 국가정보의 한 축인 기무사를 이른바 해체편성[解編]해서 군사안보지원사령부로 망가뜨렸는데, 그것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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