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의 末路(2)···무너진 성공신화
이명박의 末路(2)···무너진 성공신화
  • 더 자유일보
  • 승인 2018.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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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옥중 조사. 연합뉴스
이명박 옥중 조사. 연합뉴스

[장자방/재야 논객]

이명박 전 대통령은 끝내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야심한 밤에 구치소로 가는 그의 뒷모습에서 권력무상, 정치무상에 대한 영욕의 그림자가 스치고 지나갔다. 구속되기 하루 전에 입장문을 썼다는 것을 보면 자신은 이미 구속이 될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명박이 구치소로 떠나는 그날, 자택 앞에는 야심한 밤인데도 불구하고 낯이 익은 현직 정치인 몇몇이 배웅을 나왔다.

이날 얼굴을 내민 정치인들은 자기 당이 배출한 대통령을 탄핵하는데 앞장 선 행동대원들이기도 했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한때는 자신들이 주군으로 모셨던 대통령이 무거운 발걸음을 떼며 쓸쓸히 구치소로 향하는 이명박의 뒷모습을 보면서 ‘당신들의 심정은 과연 어떠했으며, 무엇을 느꼈는가.’ 하고 말이다. 이 모든 것이 박근혜 탄핵에 가담한 엄중한 후과(後果)라는 것을 알고는 있는지 참으로 묻고 싶은 질문이 아닐 수가 없다.

지금쯤 구치소 독방에서 온갖 회한과 상념에 사로 잡혀있을 이명박 자신은 과연 어떤 생각으로 자신이 걸어온 궤적을 회상하고 있을까? 모르긴 해도 별별 생각이 다 떠오를 것으로 짐작이 된다. 프로바둑 기사는 대국이 끝나고 나면 언제나 복기를 한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어쩌면 이명박도 조용한 구치소 독방에서 자신이 살아온 과거 행적을 복기하며 도대체 무엇이 잘못되어 왔는지를 회상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지금 와서 자신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아무리 통탄을 한들 소용없는 일이 되었다. 이명박은 자신이 퇴임을 할 때, 그때 좀 더 철저하게 증거자료를 없앨 걸, 이렇게 생각을 하거나 수하들이 뒤처리를 잘못해서 내가 이렇게 당하고 있다고 수하들을 원망하고 괘심하게 생각을 하거나, 아니면 박근혜 탄핵에 앞장서서 도움을 주었는데도 이 정권이 나에게 정치보복을 하고 있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었는지 모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정작 이명박이 생각하고 복기할 것은 지난날의 잘못에 대한 탄식과 회환이다. 자신이 권력을 잡았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박근혜를 비롯한 친박계에 대한 제거와 반목이 아니라 화합이었고, 가족과 형제의 이익을 도모하기 보다는 종북 좌파세력과의 한판 승부를 벌였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첫 단추는 여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던 것을 깨닫고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천안함 추모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쳐. 연합뉴스
천안함 추모 이명박 전 대통령 페이스북 캡쳐. 연합뉴스

또한 최순실 사건이 사회적으로 활활 타오를 때, 친이계로 하여금 탄핵을 적극 반대해야한다고 말했어야 했다. 날씨 여하를 불문하고 매주 주말이면 태극기를 든 수많은 국민이 왜 어김없이 박근혜 무죄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적이 있었던가. 이에 비해 자신이 구치소로 가는 길목에는 왜 지지자들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는지도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이 또한 확인하고 싶은 질문이다.

그렇다면 2016년 11월 김영삼 추도식 참석차 현충원에 갔을 때가 떠오를 것이다. 그때 촛불집회를 거론할 것이 아니라 박근혜를 탄핵해서는 안 된다면서 자신이 선봉장이 되어 친이계로 하여금 탄핵반대에 주력하라고 했다면 두 사람간의 앙금과 반목도 해소되었을 것이고 박근혜의 임기는 지켜질 수가 있었을 것이다. 만약에 그랬다면 지금 대통령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며 지금 이명박이 있어야할 자리는 구치소 독방이 아니라 논현동 자택 응접실이었을 것이다.

이명박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라는 주홍글씨를 앞세워 보수의 잔재를 사정없이 후려치는 광기의 현장을 지난 1년 동안 뚜렷하게 목격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권력을 가졌을 때, 왜 그렇게 못했는지도 후회해야 한다. 이명박의 성공신화는 드라마로 방영되었을 만큼 성공신화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각색된 성공신화의 뒷면에는 개발도상 시절에 발생 할 수밖에 없는 각종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명박의 성공신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는 것을 부정해선 안 된다.

이명박은 성공신화를 바탕으로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을 지냈다. 서울시장 시절에는 자신의 월급을 고스란히 사회에 기부하여 여론의 호응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이때의 기부행위가 대권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유리한 환경을 만들 목적이었다면 그것은 위장선행으로서 성격자체가 달라져 위선이라는 측면에서 가면 쓴 천사에 해당되는 행위다. 현재 이명박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죄와 횡령죄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권력을 이용한 개인의 비리에 해당되는 반면, 박근혜의 개인 비리는 단 한 건도 없다는 점에서 극명하게 대비된다,

더러운 땅에서는 초목이 무성하지만, 물이 너무 맑으면 항상 고기가 없다는 이른바 "수지청자 상무어(水之淸者 常無魚)"라는 말이 있다. 굳이 적용하자면 전자는 이명박에 해당되고 후자는 박근혜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국회 탄핵표결을 앞두었던 그 당시, 만약 이명박이 적극적으로 나서 친이계의 배신을 막아 탄핵이 부결되었다면, 그 후유증은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과 강경 재야좌파세력 간에 극심한 책임소재 내분을 불러일으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결과적으로 보면, 이명박의 탄핵찬성은 보수분열의 매개체가 되었다. 역사에 대한 가정(假定)은 있을 수가 없지만 이명박의 성공신화는 이때부터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jayooilbo@jay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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