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의 한 성당에서 15일(현지시간) 야로키우 군사훈련장을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숨진 군인들의 친척과 지인들의 장례식. /AP=연합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의 한 성당에서 15일(현지시간) 야로키우 군사훈련장을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숨진 군인들의 친척과 지인들의 장례식. /AP=연합

러시아가 15일(현지 시간) 미 최고위급 및 주요인사 13명의 제재를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마크 밀리 합참의장·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헌터 바이든 등이다.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제재 사실을 밝힌 후 "러시아 고위공직자들의 미국 입국금지 등을 포함한 유례없는 일련의 제재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했다.

"조만간 러시아 혐오증이 있거나 러시아에 대한 증오를 조장하며 제재 조치에 기여한 미국 고위 관료·군인·의원·기업인·전문가·언론인 등을 추가함으로써 제재목록을 확대하는 발표가 뒤따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러시아의 제재에 클린턴 전 장관과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 헌터(52)까지 포함돼 눈길을 끈다. 변호사 출신인 헌터는 부친의 부통령 재직 시절 우크라이나 가스회사 부리스마의 이사를 지냈다. 당시의 행적에 관해 소문이 무성하지만, 우크라이나 측에 수사를 종용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대대적인 공격을 받았다.

우크라이나를 엄호해 온 민주당의 입장이 엿보인다. 반면 러시아를 쉽게 악마화한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 후보 트럼프의 ‘러시아 내통설’을 부추기기 위해 트럼프타워 등의 전산망 사찰을 청부한 의혹에 휘말려 있다.

미국의 제재가 앞서 있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세르게이 랴브로프 외무장관을 제재한 것이다. 푸틴 정권의 고위 관료와 신흥 재벌(올리가르히)에 대한 제재도 이어졌다.

러시아의 사법 당국 인사들과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부인 할리나 루카셴코 역시 제재 대상에 추가했다. 유럽연합(EU) 이사회는 러시아산 철강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고 명품차·보석 등을 러시아로 수출할 수 없도록 했다.

러시아 국영 회사와의 거래·러시아 개인과 단체에 대한 신용평가 서비스 제공 역시 금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음 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협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더이상 항복을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흘러나온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날 "나토 가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고 발언해 ‘나토 미가입’이 협상 카드란 분석이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책 모색을 위해 진지한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해 견해차도 감지된다.

한편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 제재와 관련해 "누구도 러시아를 방문할 계획이 없다"고 비꼬았다. 또 바이든 대통령 이름엔 ‘주니어’가 들어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들이 제재한 것은 그의 아버지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식 이름은 ‘조셉 로비넷 바이든 주니어’(Joseph Robinette Biden Jr.), 즉 ‘조 바이든’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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