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영
정구영

지난 7일. 대선을 이틀 앞두고 대학 과동기들이 참여하는 카카오톡 단톡방에서 소란이 빚어졌다. 늦은 나이에 입학해 형이라고 불리는 A가 항간에 나돌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관련 ‘찌라시’를 올린 게 발단이다. 내용은 민망했다. 집단강간 사건을 다룬 것이기 때문이다.

A는 몰매를 맞았다. B는 근거 없는 글은 삭제해 달라고 했다. C는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누구는 윤석열 후보를 욕할 줄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였다. D는 대뜸 A를 ‘노친네’라고 부르며 B의 말을 새겨들으라고 주문했다.

E는 커밍아웃이냐 아니면 선거운동이냐며 힐난했다. 여자 동기 F는 단톡방에서 나갔다. A는 다른 곳에 보낸다는 것이 잘못 올려졌다며 사과를 거듭했다. 하지만 분위기는 풀리지 않았다.

자유의지와 무관하게 초청돼 가끔씩 ‘눈팅’만 하는 나의 입장에서 보면 뭔가 서늘했다. 마치 단톡방의 대화에는 지향하는 분위기가 있고, 특히 정치적인 문제에는 스탠스가 정해져 있어 이에 맞지 않으면 겉돌 것 같은 전체주의적 냄새도 풍겼다. 기억을 더듬어 보면 이 단톡방에서는 ‘저녁이 있는 삶’이라거나 ‘사람이 먼저다’ 같은 감성적 언어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것 같다. 아마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도 같은 맥락에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병준 국민대 명예교수는 소득주도성장을 그냥 돈만 뿌리는 정책이라고 요약했다. 평소 경제와는 담을 쌓아온 정치세력이 선거를 맞아 급조한 어설픈 성장 구호라는 것이다. 명칭부터 마르크스의 영향을 받은 임금주도성장을 베낀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에는 소득을 늘리는 합리적 방안이 없다. 인위적이고 급격한 임금 인상을 통해 분배의 몫만 이전시키는 것에 불과하다. 소득이 성장으로 연결되는 분명한 고리도 없다. 사이비(似而非) 성장담론이다. 실질적 효과와는 상관없이 현란한 미사여구로 국민을 현혹시킨 주술(呪術)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특히 문 정부의 노동정책은 한국경제에 깊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최저임금은 물론 일률적인 주(週) 52시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거의 다 들어줬다. 결과는 기업의 경영 악화와 청년들의 취업 기회 박탈 뿐이다.

돌팔이의 잘못된 처방전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은 식었다. 좌측으로만 핸들을 돌리는 엉터리 조타수가 운행한 경제정책의 피해는 서민이 온몸으로 떠안고 있다. 경제성장률, 고용지표, 가계소득, 가계부채, 국가채무 등 핵심 경제지표에 온통 빨간불이 들어온 게 이를 방증한다. 국제 신인도와 적정 환율 유지를 위한 최후의 보루인 재정건전성도 악화일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자유시장경제의 질서 존중을 자신의 경제정책관(觀)으로 제시했다. 국가는 역동적이어야 하고, 역동성을 위해서는 자유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의 자율과 창의성을 보장하고, 정치인들이 기업활동을 방해하지 않아야 한다는 그의 말은 새로운 시대의 성장담론으로서 부족함이 없다. 문 정부에서 한국은 보모(保姆) 국가로 불릴 만큼 민간에 대한 국가의 간섭이 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온 셈이다.

한국경제는 지금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에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고유가발(發) 스태그플레이션 위기도 맞고 있다. 구원투수로 윤 당선인이 나섰지만 모든 것이 쾌도난마처럼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소야대부터 걸림돌이다. 자유일보는 ‘메기’가 되어 새 정부의 경제 운용에 채찍을 가하겠지만 건투(健鬪)를 바라마지 않는다. 레츠 고(Let‘s Go)!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