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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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와 동시대를 살았던 천재 철학자 토크빌 (Alexis de Tocqueville)은 프랑스혁명이 무조건적인 획일적 평등의식 때문에 실패했다고 봤다. 그는 프랑스가 미국처럼 자유민주주의를 도용해 보다 안정되고 성숙한 제도로 발전할 수 있기를 희망했다. 그런 그의 노력은 9개월간 미국 여행 후 집필한 '미국의 민주주의'에 나타나 있다.

토크빌은 1839년부터 1851년까지 12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현실정치에 참여했다. 그러나 선동적인 웅변술이나 사교술에 능하지 못했던 그는 평생 우울증을 앓았다. 머리로는 진보였지만 가슴으로는 보수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스스로 고백하기도 했다.

토크빌은 획일적 평등이야말로 사람을 고립시키고 무기력하게 만들며, 선거경쟁에서 이긴 소수의 신분상승은 다수의 증오심과 질투심을 유발시킨다고 봤다. 사람은 일단 자유 속에서 평등을 찾는데 만약 평등을 찾지 못하게 되면 자유를 쉽게 포기한다. 그리고 억압, 예속, 복종이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오직 평등만을 주장하는 속성이 강하다고 말한다.

토크빌은 민주주의의 딜레마는 성숙했던 시민적 개인주의가 시간이 흘러가면서 타락하는 데 있다고 봤다. 개인주의가 공적 생활의 미덕과 사회적 덕목을 저버리는 이기주의로 빠져드는 원인은 인간 본성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자유와 평등은 서로 다투는 길항관계에 놓이는데, 자유는 고립되고 소외된 이기적 개인을 양산하며 평등은 자유를 외면하는 권력의 노예들을 양성한다고 설파했다.

토크빌은 자유와 평등이 공존하는 민주주의야말로 시대정신이라고 봤다. 하지만 민주주의는 국민의 동의와 선택이라는 명분 하에 인민독재정권을 불러오는 자체적 모순이 있을 수 있으며, 민주주의 스스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자가당착에 빠진다고 경고했다. 이런 토크빌의 일갈은 자유와 민주를 팔아 합법적인 인민독재를 구상했던 문정권 5년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아닐 수 없다. 정권교체에 성공한 윤석열 정권도 획일적 평등에 입각한 민중주의라는 대중의 욕구를 항상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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