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윤
이지윤

대선이 끝나고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서 대한민국은 여가부 폐지, 여성 할당제 등을 둘러싸고 다시 논쟁 중이다.

이러한 사회적 사안들을 관통하는 한 가지 쟁점은 기존 질서체계의 실익을 고수할 것인가, 시대적 변화에 대처하는 융통성을 발휘할 것인가에 관한 것이다. 모든 사회적 안건은 이 두 가지 저울질을 통해 변화되고 결정된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엎고 진보된 혁명을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라고 비유한다. 정부와 교회, 과학자들로부터 지지받던 천동설이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로 대체되면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지동설의 합리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천동설이라는 기존 이론을 지지하고 싶은 집단은 훨씬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이론들까지 제시했다.

혁명적인 변혁을 지칭할 때 ‘패러다임(paradigm)의 변화’라는 표현을 쓴다. 패러다임은 미국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1922-1996)이 그의 저서 <과학혁명의 구조>에서 과학의 발전을 설명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토마스 쿤이 주장하듯, 패러다임의 변화를 원치 않는 부류들은 기존 체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지동설이 채택되었듯, 어느 순간 패러다임 자체를 무너뜨려야 할 때가 있기 마련이다.

비단 과학의 영역뿐만 아니다.사회가 발전하고 변화함에 따라 우리는 새로운 안건을 받아들여야 할 때가 있다. 그 예로 ‘김 할머니 사건’을 들 수 있다. 안락사가 금지됐던 우리나라에서 존엄사가 처음 허용된 사건이다. 2008년 김 할머니가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자 그 가족들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해달라고 했지만 병원 측이 이를 거부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재판부는 "인공호흡기에 의존한 연명은 인격적 가치를 제한하기 때문에 병원은 인공호흡기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실질적인 기술 발달 또는 보편적 인식 전환 등의 이유로 흐름이 바뀐다면, 기존에 반드시 필요했던 것일지라도 변할 수밖에 없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논란도 그렇다. 여성의 인권 신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었던 시기를 지나 지금은 양성평등을 위해 함께 노력할 시점이다. 본래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예산집행의 투명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격하하거나 폐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필수불가결한 업무는 다른 부처에 통합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면 된다.

정권교체가 이뤄짐에 따라 앞으로 여러가지가 변화할 것이다. 패러다임의 변화 또한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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