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오른쪽)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월 10일 장쑤성 우시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과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
왕이(오른쪽)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월 10일 장쑤성 우시에서 파이살 빈 파르한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과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AP=연합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함께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벨라루스가 중국 위안화로 외화증권 거래에 나설 방침이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 시각) 벨라루스 중앙은행의 이날 발표를 인용해, 위안화로 외화 증권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방안을 18일부터 도입한다고 전했다.

제재를 당한 측의 대응인 셈이다. 앞서 벨라루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도왔다며 유럽연합(EU)이 이달 초 군 고위 관리에 대한 제재·목재 등 무역 제한, 벨라루스 내 투자 및 현지 중앙은행과의 거래 금지 등의 제재를 내렸다. 미국 재무부도 16일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인과의 거래를 금지했다. 이에 중국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서방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3차 오일쇼크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위안화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 "사우디 정부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일부 원유에 대해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핵심 우방국이었던 사우디가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그리고 자신들과 앙숙인 이란과 핵합의 복원 논의 등으로 서운함을 느끼던 차였다. 자연히 미국의 공백을 메울 새 안보·경제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WSJ는 전날 "사우디가 시진핑 주석에게 수도 리야드를 공식 방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이슬람 금식기간 라마단(4월)이 끝난 뒤인 5월 중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중국은 사우디 원유 생산량의 4분의1 이상을 사주는 ‘최대 수요처’로, 사우디가 위안화 결제를 허용하면 국제 원유시장에 엄청난 파급이 예상된다.

다른 산유국까지 위안화 결재를 용인할 경우, 지난 70년 미국 패권을 떠받친 ‘기축통화국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 미국은 1971년, 달러 가치를 ‘金’과 동일하게 유지하던 ‘금본위제’ 폐지 후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위협받자 ‘페트로 달러’ 체제를 구축했다. 사우디에 ‘중동의 맹주국’ 지위를 보장하는 대신 원유 결제는 오직 ‘달러’로 하라고 비공식 제안을 한 것이다.

위안화 결제가 실제 허용될지는 미지수다. ‘페트로 달러’ 체제에 반기를 든 이란·이라크·리비아·베네수엘라 등이 모두 미국의 경제 제재나 군사행동으로 시련을 겪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틈타 미국의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시도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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