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여명

난 애초에 청년정치에 기대가 없다. 혹은 회의적이다. 우선 청년정치를 주장하는 청년들이 청년이 ‘하는’ 정치를 말하는 건지, 청년을 ‘위한’ 정치를 말하는 건지 스스로도 규정짓지 못하고 있다.

‘청년’정치인이니 ‘여성’정치인이니 하는 수식이 필요한 이들은 타고난 성별이나 누구나 지나가게 되는 시기를 명분으로 삼지 않으면 경쟁력이 없음을 방증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당장은 그러한 수식들이 방패막이가 될 수 있겠지만, 동시에 자신에게 제약을 걸어두는 장치가 될 수도 있다.

기성정치인들로 하여금 해당 정치인을 청년, 여성이라는 한계에 가두게 하기 때문이다. 4년 전 최연소 서울시의원으로 서울시의회에 등원하게 됐지만 나 스스로 ‘청년 정치인’의 정체성을 내세워본 적이 없다. 위의 이유들도 이유들이지만 내가 각기 다른 무게를 짊어지고 청춘이라는 강을 건너고 있는 청년 전체를 감히 대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는 것 자체가 멋쩍었기 때문이 근본적인 이유일 테다.

(물론 보수여당의 전통적인 노쇠함이 당내·외에 미치는 해악이 크기에 보수정치가 젊어져야 한다는 것에는 백번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은 ‘액면가’가 전부가 아니다.)

민주당이 선거 패배 후 또 ‘쇼통(쇼+소통)’의 일환으로 26세 청년여성을 공동비대위원장에 앉혔다. N번방 사건 때 범죄자들을 추적했던 공이 있는 네티즌 활동가라고 한다. 박 공동위원장이 페미니스트이든, 이재명빠이든 그것은 논외로 치자. 박지현 씨가 공동위원장에 앉자마자,박 위원장이 의전차량을 요구했다는 지라시가 민주당발로 돌았다. 그리고 민주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이든, 26세 청년의 벼락출세를 시기하는 민주당 당원들이든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박 공동위원장을 비난했다.

그래서 앞에서 민주당의 ‘26세 공동비대위원장 발탁’이 쇼통이라고 단정한 것이다. 공당의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대행이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젊은이에게 혁신을 기대하는 절실한 마음으로 그를 모셨다면 당 대표에 해당하는 의전을 제대로 하는 것이 맞다. (솔직히 박 위원장이 진짜로 의전차량을 요구했을지도 사실 여부에 의심이 간다)

그런데 ‘의전차량 요구’ 지라시가 나도는 것 자체가 26세 청년이 제1야당 비대위원장에 앉아서 그저 꼭두각시이기만 바라는, 그리고 ‘어린 것이 되바라지게...’ 하는 인식들의 반영이라고 본다. 기성세대가 청년 한 명을 비대위원장이라는 엄청난 자리에 앉혀놓고 뭐가 ‘청년다움’인지 도마 위에 올려놓고 씹어 대는 것을 보니 웃음만 나온다. 꼰대들 틈에서 박 위원장의 무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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