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대선에서 패한 이재명은 정치 일선에 컴백할 것인가.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얻은 47.8%가 간단치 않은 수치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얻은 표가 48.0%다. 이재명은 문재인만큼 표를 얻은 것이다. 수치로는 속칭 ‘진보진영’을 충분히 대표할 만하다.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문재인 후보가 모은 표는 우리사회 보수-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수치로 보면 틀리지 않는다. 당시 박 후보는 51.6%, 문 후보가 48.0%다. 이 수치는 보수-진보가 각각 자기 진영에서 모을 수 있는 표를 최대치로 긁어모은 것. 당시 TV 9시 뉴스에서 호남지역의 꼬부랑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휠체어를 타고 투표소로 가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그 할머니·할아버지들은 ‘박근혜 후보’를 찍은 것이 아니다. 그 뒤에 보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찍어준 것이다. 그 결과가 3.6% 차였다.

이번 대선도 별반 차이 없다. 윤석열 후보가 얻은 48.56%는 박근혜 후보보다 3% 정도 모자란다. 이는 코로나 2년, 특히 투표일 임박해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현상 말고는 차이를 설명할 길이 없다. 확진 유권자 상당수가 투표장에 못간 것이다. 이번 대선도 명백한 진영간 싸움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명 후보가 얻은 표가 47.8%. 왜 정치 일선에 복귀하지 않겠는가?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 그는 당대표로 나설 것이다. 어쩌면 당대표로 ‘추대’해달라고 요구할지 모른다.

그런데, 이재명이 민주당 대표가 되면 민주당은 사망의 길로 간다. 요단강 건넌다. 왜 그런가? 이재명의 정치 기반이 민주당이 추구해온 노선·가치와 일치되지 않는다. 민주당은 중도·합리적 자유민주주의 좌파, 또는 사회민주주의자들이 태반이다. 하지만 DJ 때부터 노무현·문재인을 거치며 80년대 NL(민족해방)계 운동권이 당의 노선을 뒤집었다. 당이 곪아터진 지 어느덧 20년이다.

이재명의 정치 기반은 경기동부연합·민노총·한총련이다. 수면 아래에는 조폭들도 있다. 이는 민주당의 노선과 가치에 정면 위배된다. 형식과 내용의 불일치! 망해가는 모든 것이 그렇듯, 형식과 내용의 모순이 격화되면 당도 끝나는 것이다. 차라리 민주당은 이재명을 ‘적(敵)’으로 봐야 회생의 길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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