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량
강량

역사·문화적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동질성이 깊다. 그리스정교를 믿고 러시아어 통용이 일반적이다. 서기 882년부터 1240년 동유럽 전반을 다스린 키예프루스인들은 현재 우크라이나·러시아·벨라루스의 선조다.

루스라는 언어에서 러시아가 나왔다는 일반론을 고려하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와의 역사문화적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가를 알 수 있다. 또 미·소 냉전시기 철권을 휘둘렀던 흐루시쵸프와 브레즈네프 서기장의 출생지가 우크라이나였다는 사실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관계의 친밀도를 말해준다.

작금의 문제는 독립 후 일어났던 2004년 오렌지혁명에도 불구하고, 그런대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친러주의자간 이루어졌던 균형이 2013년 ‘유로마이단 (유럽광장)혁명’으로 완전히 깨졌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2010년 집권한 친러 야누코비치 정권은 유로마이단혁명을 유혈진압했다. 그리고 겉잡을 수 없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유혈봉기에 겁먹고 측근들을 대동한 채 러시아로 도망쳐 버렸다.

야누코비치와의 대선과정에서 강제구속당했던 율리아 티모첸코 전 총리가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와 동시에 푸틴은 무력을 앞세워 2014년 크림반도를 합병했다. 그리고 동부 돈바스지역에서 친러 민병대를 활용, 지속적인 군사적 대립관계를 조장했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무력 침공에 크게 놀란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후 군 현대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2019년 젤렌스키대통령 당선 이후 러시아의 대규모 군사적 개입은 가시화됐다. 이미 2021년말에 17만5000명의 러시아 주력부대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를 모두 에워쌌다. 그리고 2022년 2월 24일 베이징동계올림픽 폐막을 기다렸다가 전면공격을 감행했다. 푸틴의 침공 명분에 동조했던 중국은 일부러 대만 쪽으로 10여개 군 사단병력을 재배치해, 미국을 긴장시키는 군사적 기만 쇼로 러시아를 도왔다.

또 북한은 추가적인 탄도미사일 발사실험으로 한반도의 긴장관계를 고조시켰다. 이렇게 야만국으로 대변되는 북·중·러 3각 대륙공조는 야비하도록 치밀했지만,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지속적인 대러 항전과 인류보편가치를 저버리는 야만적 행위를 응징하는 지구촌 여론으로 인해 현재 크게 동요하고 있다.

지정학논리와 힘의 정치를 앞세운 푸티의 현실정치는 큰 벽에 부딪혔다. 자유와 독립을 갈구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와 자유와 인권을 앞세운 지구촌 자유민주주의가 3일 내로 끝났어야 할 푸틴의 전쟁을 역전시키고 있는 것이다. NATO가 아닌 EU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바로 자유와 인권이라는 인류보편가치가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EU는 역사상 최초로 분쟁국에 무기와 자금을 지원하는 비상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전세계 자유네티즌들이 우크라이나를 위해 봉기했으며, 수많은 국가에서 우크라이나를 지키기 위한 의용군을 모집하고 있다.

이런 현상에 시진핑과 푸틴이 가장 놀라고 있으며, 북한은 갑자기 쥐죽은 듯 눈치만 보고 있다. 문 대통령과 이재명 후보는 러시아를 편들고 우크라이나를 방조하는 듯한 정치적 헛발질하다가 갑자기 위선적인 태도로 말을 바꿨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문 정권을 타도해야 한다며 청와대 앞에 모였던 2000여명의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이 대한민국의 자유시민들도 우크라이나를 위해 지원군을 만들어야 한다고 한마디 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싶었다.

피비린내나는 전장에서 혼신의 힘을 다하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애국적 결기와 이에 호응하는 지구촌 인류애는, 지난날 한갓 철학적 피안의 세계로만 여겨졌던 칸트 (E. Kant)의 영구평화론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우크라이나의 항전은 인간이성에 입각한 세계영구평화론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함으로써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도 있다는 가시적인 희망을 전인류에게 던져주고 있다.

저작권자 © 자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