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수 검찰총장이 임기를 끝까지 채우겠다고 한다. 새 정권의 압박을 물리치겠다는 뜻. "법이 보장하는 임기"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 말이 맞기는 하다. 새 정부라도 그냥 나가라 할 수는 없다. 명백한 부정과 비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김 총장은 자신의 임기가 단순히 법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이다. 정치문제라는 것을 꿰뚫고 있을 것이다.

검찰총장 임기제는 1988년 정치권력으로부터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 중립성은 아무리 대통령이 총장을 임명했어도 부당한 지시를 하지 말라는 뜻이다. 임기보장은 잘못된 압박이나 지시를 듣지 않는다고 중간에 마구 쫓아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오수 총장의 임기 문제는 그런 것과는 상관없다.

검찰총장 임명은 정치인사이다. 대통령은 자신의 통치이념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검사를 총장에 앉힌다. 공권력 책임자란 막중함 때문에 이념이 다른 인물을 앉힐 수가 없다. 부당한 지시나 명령을 하면서 함부로 부려먹을 수 없어서가 아니다. 정당한 것이라도 이념이 다른 인물이면 저항하거나 할 일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통령은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들다.

김 총장도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이념 성향이라 임명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임기 말이라 더욱 그랬을 것이다. 힘 빠져 가는 권력을 가장 잘 보호할 수 있는 인물이기에 발탁되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남은 임기를 채우겠다면 국민은 그가 문재인 대통령과 가족 또는 측근들을 지켜주기 위해서 버틴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지난 정권의 이념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도 정치인사에 의해 임명되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김 총장은 결단을 해야 한다. 새 대통령의 통치이념이 그동안 자신이 추구해 오던 가치와 맞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새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운영 방향에 따라 충실하게 총장직을 수행할 자신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그럴 자신이 없다면 임기를 따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정치인사로 자리에 앉은 사람이 법만을 고집하는 것은 모순이다. 새 대통령의 정치인사를 위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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